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면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관세 장벽까지 겹치면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강제노동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예고된 관세율은 12.5%다. 기존 글로벌 관세율(10%)보다 2.5%포인트 높다. 향후 과잉생산국으로 추가 지정될 경우 관세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대표적인 품목은 석유화학 제품이다. 한국은 미국에 벤젠과 톨루엔, 혼합자일렌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벤젠과 톨루엔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150% 급증한 1억482만 달러와 1억30만 달러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관세 부과를 목전에 두고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수출 품목 대부분이 차별화하기 어려운 범용제품이어서 늘어난 관세 비용을 미국 현지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국인 대만이 한국보다 낮은 관세율(10%)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석유화학 과잉생산 문제를 공식적으로 지적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품과 K푸드 등 수출 주력 소비재도 휘청거릴 위기에 처했다. 가격 변동에 특히 민감한 소비재의 특성 때문이다. 올 상반기 화장품과 K푸드의 대미 수출액은 1년 전보다 각각 40%, 8% 늘어난 14억4000만 달러와 1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하반기에도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가전·전자기기·기계 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된 제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관된 원칙 없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과거 함량 기준이었던 관세 부과 방식이 최근 차등 방식으로 변경되는 등 기준이 자주 달라지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현실화되면 현지 투자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현지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관세를 우회해 온 대기업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고금리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은 또 다른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무역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통상 외교를 통해 관세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지렛대 삼아 상호관세를 과거 수준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며 “관세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더라도 일본이나 대만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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