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와 벌인 3번기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카타고와 '쎈수학·한경 기신전' 최종 3국에서 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221수 만에 11집 반 승리를 거뒀다. 1국에서 패한 뒤 2·3국을 연달아 잡으며 종합 전적 2승 1패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번 승부는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미리 놓고 시작하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최종국 역시 신진서가 18집 반 앞선 상태로 출발했으며, 카타고가 계산한 초기 승률은 99%였다.
두 점을 먼저 놓았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된 건 아니었다. 신진서는 지난 17일 열린 1국에서도 크게 앞선 상태로 출발했지만, 카타고의 예상 밖 수에 흔들리며 245수 만에 불계패했다. 19일 2국에서는 중반 위기를 넘긴 끝에 4집 반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종국에서는 앞선 두 판과 달리 철저하게 안정적인 운영을 택했다. 카타고가 좌상귀 소목으로 첫 수를 두자 신진서는 약 2분간 장고한 뒤 우하귀 소목을 선택했다. 양측은 초반부터 큰 전투를 벌이기보다 집을 확보하는 포석을 이어갔다.
신진서가 대국 전 밝힌 전략도 그대로 드러났다. 복잡한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두 점의 이점을 집으로 굳히는 데 집중했다. 80수 무렵에는 백돌을 압박하면서 상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흑진을 구축했고, 이를 실제 집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1·2국에서는 한때 99%였던 신진서의 예상 승률이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하지만 최종국에서는 출발 당시 확보한 99%의 우세를 끝까지 지켰다. 큰 전투가 사라지면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종반으로 접어들었고, 신진서는 여러 차례 계가를 거듭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대국은 약 3시간 20분 만에 종료됐다.
바둑계에서는 대국 전부터 현격한 연산 능력 차이를 고려해 신진서가 한 판만 이겨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첫판 패배 뒤 전략을 수정해 두 판을 연속으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인간 기사의 대응력과 집중력을 확인한 승부로 볼 수 있다.
이번 대국에서 신진서에게는 기본 제한 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졌다. 카타고는 별도의 기본 제한 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수를 결정했다. 카타고가 선택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바둑판에 대신 놓았다.
종합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신진서는 대국료를 포함해 총 2억 5000만원을 받는다. 두 판 이상 승리한 데 따른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도 받게 됐다.
한편 2016년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돌을 미리 놓지 않은 호선으로 맞붙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바둑 AI의 성능은 더욱 높아졌다. 신진서도 이번 대결을 앞두고 현재는 AI를 호선으로 이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승부 자체가 성립할 수 있도록 신진서가 두 점을 먼저 놓는 조건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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