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굵은 빗줄기 뒤로 눅눅한 열기가 바짝 따라붙는다.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다는데, 방학을 맞은 아이는 그저 밖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꽉 막힌 도로와 치솟은 휴가비, 날씨 걱정까지 겹쳐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주말 내내 집에만 머물기엔 여름밤의 낭만이 아쉽다. 해가 기운 뒤 가볍게 나서 선선한 숲길을 걷고,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생명의 불빛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근사한 피서가 된다.
◆ 칠흑 같은 어둠 속, 수천 마리 반딧불이가 밝히는 '별빛 캠핑장'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 체험인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를 연다. 에버랜드 이용권은 필요하지만, 해마다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던 반딧불이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전면 무료로 전환해 문턱을 낮췄다.
반딧불이 체험은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여름 시그니처 콘텐츠다. 캄캄한 숲속에서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자아내는 황홀한 빛의 연출이 입소문을 타며 매년 재방문율이 높았던 프로그램이다. 올여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자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장 일대를 '별빛 캠핑장' 테마로 확장해 꾸몄다.
뿌빠타운에서 로스트밸리 교육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은은한 조명과 캠핑 감성을 더한 포토존이 들어섰다. 실내 교육장에서는 캠핑 의자에 앉아 전문 주키퍼의 스토리텔링과 영상으로 반딧불이의 한살이 과정과 발광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암수 구별법 등 생태적 특징을 직접 관찰하는 자연 학습 공간도 충실하게 갖췄다.
하이라이트는 실내 숲 체험장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는 순간이다. 사위가 눈앞조차 분간하기 힘들 만큼 어두워지면, 숲 구석구석에서 작은 연두색 불빛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이내 수천 개에 달하는 빛의 입자가 공간을 빽빽하게 채워 넣는다. 인위적인 조명으로는 결코 내어놓을 수 없는 자연 고유의 불빛이다. 점멸을 반복하는 미세한 빛을 가만히 좇다 보면, 밤하늘의 은하수가 통째로 숲 바닥에 내려앉은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반딧불이는 서식 환경의 청정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 곤충이다. 콘크리트 도심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생명체를 눈앞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과 내레이션이 감성을 자극하지만,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생명력이야말로 이 공간의 진짜 주인공이다.
체험은 축제 기간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하며, 회당 관람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별도 사전 예약 없이 현장 줄서기로 입장하므로,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조금 서둘러 체험장을 찾는 편이 유리하다.
◆ 야간 개장, 밤 11시까지…워터 디제잉부터 나이트 사파리까지
반딧불이의 여운만 뒤로하고 돌아서기엔 밤이 길다. 에버랜드는 24일부터 8월 중순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운영 시간을 밤 11시까지 연장한다. 광복절 연휴가 포함된 8월 14일부터 16일까지는 사흘 연속 밤 11시까지 불을 밝힌다. 무더위를 피해 해질녘부터 움직이는 밤 나들이객을 위한 야간 즐길거리도 빼곡하다.
카니발 광장에서는 신규 워터 디제잉 파티 '밤밤 썸머 나이트'가 열기를 더한다. K-팝과 EDM 리듬에 맞춰 대형 워터캐논이 사방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다. 주디(Joody), 크림(Cream), 제트비(ZB) 등 인기 DJ들이 무대에 올라 여름밤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사파리월드 역시 낮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으로 채워진다. '썸머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야행성인 사자, 호랑이, 불곰 등 맹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야간 미식도 다채롭다. 유럽풍 노천 식당가인 홀랜드빌리지는 축제 기간 '세계 미식 야시장'으로 변신한다. 망원시장의 명물인 우이락 고추튀김을 비롯해 미국식 피자, 일본식 야키소바 등 다채로운 스트리트 푸드를 세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여름밤의 여정은 화려한 퍼레이드와 불꽃쇼로 마침표를 찍는다. 수십만 개 전구가 밤을 밝히는 '문라이트 퍼레이드'에 이어, 드론과 캐릭터 연기자, 수천 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멀티미디어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 해질녘 입장은 알뜰하게, 캐리비안 베이 연계는 풍성하게
지갑 부담을 줄이면서 여름밤을 알차게 누리는 방법도 있다.
오후 6시 이후 입장하는 야간권을 이용하면 한결 합리적인 가격에 에버랜드의 밤을 즐길 수 있다. 대기 시간이 긴 인기 어트랙션 대신 반딧불이 체험과 야간 공연, 퍼레이드 중심으로 동선을 짜면 체력 부담도 줄어든다.
워터파크와의 연계 혜택도 유용하다. 캐리비안 베이 이용객은 당일 에버랜드를 무료로 들를 수 있는 '투파크(2Park)' 혜택을 제공받는다. 낮에는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고, 저녁에는 에버랜드로 이동해 반딧불이 축제와 야간 콘텐츠를 동시에 챙기는 알뜰 휴가 코스로 손색이 없다. 자세한 이용 조건은 공식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참고하면 된다.
여름의 낭만을 찾아 반드시 먼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해가 진 뒤 숲길을 밝히는 작은 불빛을 바라보고, 시원한 물줄기와 야간 사파리, 퍼레이드를 차례로 거닐다 보면 여름밤의 지루함은 어느새 아득해진다.
낮의 에버랜드가 활기와 함성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면, 밤의 에버랜드는 서정적이고 깊은 얼굴을 드러낸다. 불이 모두 꺼지고 수천 마리 반딧불이가 하나둘 숲속을 채워나가는 그 15분의 장관. 늦은 오후, 에버랜드로 발걸음을 옮길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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