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AI 네이티브'로 진화하고 있었다. 플랫폼 기업 3사가 그들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잘파세대는 AI를 생활 전반에 유연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아이지에이웍스 "게임보다 AI"…잘파세대는 '전용 플랫폼'에 모인다
변화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약 20년간 축적한 모바일 데이터를 토대로 잘파세대가 어떤 서비스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특정 앱에서 잘파세대 이용 비중을 나타내는 '잘파 집중도'를 활용해 세대별 선호도를 비교했다.분석 결과 잘파세대는 누구나 사용하는 범용 플랫폼보다 또래 이용자가 많은 '전용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이용자 97%가 잘파세대로 나타났고, 생성형 AI 서비스 '크랙'은 89%, 디스코드는 86%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개인방송 플랫폼 치지직 역시 이용자 71.4%가 잘파세대로 집계되며 잘파 집중도 3.5배를 나타냈다. 반면 당근은 30·40대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세대별 이용 행태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눈길을 끈 것은 엔터테인먼트 소비 변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은 6.3% 감소한 반면 AI와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이용은 빠르게 증가했다. 여가 시간을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 소비에 쓰던 이용자들이 생성형 AI와 대화하고 이미지를 만들거나 정보를 탐색하는 등 AI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리의서재, 독서도 '텍스트힙'…기록이 새로운 독서 습관
책을 읽는 방식도 이전 세대와 달랐다. 밀리의서재는 10년 동안 1000만 회원이 남긴 실제 독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잘파세대에게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용자들이 남긴 하이라이트는 누적 4억4000만건에 달했다.이신형 밀리의서재 무제한독서팀 팀장은 "잘파세대는 독서 기록을 하나의 포트폴리오처럼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예전에는 노트에 감상을 적었다면 이제는 하이라이트와 한 줄 리뷰를 공유하며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의 출발점도 이전 세대와 달랐다. TV 프로그램과 영화, 팬덤, SNS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가 독서의 시작점이었다. 아이브 장원영이 언급한 불교 관련 콘텐츠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독서로 이어지고, 영화나 드라마 원작 소설을 찾아 읽는 사례처럼 다양한 콘텐츠 경험이 다시 책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른바 '텍스트힙'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리의서재는 이러한 특성을 서비스에도 반영하고 있다. 완독에 대한 부담이 큰 이용자를 위해 요약 콘텐츠로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관심이 생긴 책은 원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오디오북, AI 음성(TTS) 등 다양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팀장은 "요약 콘텐츠는 완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책으로 향하는 입구"라며 "잘파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마인드로직 "챗GPT만 안 쓴다"…목적 따라 AI 골라 쓰는 세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마인드로직은 잘파세대가 하나의 AI에 의존하기보다 목적에 따라 여러 AI 모델을 선택하는 '멀티 AI' 이용 방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세대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초안 작성은 챗GPT, 긴 문서 분석은 클로드, 실시간 검색은 제미나이처럼 상황에 따라 AI를 골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이용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AI와 대화하는 방식도 깊어지고 있다. 마인드로직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용자가 한 번의 대화에서 입력하는 정보량은 1년 새 2.8배 증가했다. 단순히 질문 하나를 던지고 답을 얻는 수준을 넘어 여러 차례 대화를 이어가며 결과물을 함께 완성하는 '협업형 AI' 활용으로 이용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네 번의 대화 중 한 번은 10회 이상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심화형 대화로 나타났다.
텍스트 중심이던 AI 활용은 이미지와 문서 제작으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브리풍 이미지 열풍 이후 이미지 생성 이용은 약 140배 증가했고 문서와 발표자료(PPT), 다이어그램 제작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이용자 66%는 검색과 문서 작성, 이미지 생성 등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욱 마인드로직 대표는 "잘파세대는 AI를 하나만 사용하는 세대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세대"라며 "AI는 검색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AI를 선택해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디지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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