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식품기업 오너 2·3세들이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을 맡는 등 경영 일선에 전진배치되고 있다. 특히 과거엔 국내 영업과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해외 사업을 통해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사업 성과가 기업의 미래 성장은 물론, 차기 경영자의 자질과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KPI)로 부상하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해외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이커머스TF'를 신설하고 신동원 회장의 차녀 신수현 책임을 배치했다.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은 지난해 북미 지주회사 농심홀딩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홍콩법인 임원을 맡았고,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장녀 신수정 상무 역시 상품마케팅 조직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오너 3세가 핵심 조직 전반에 배치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에서는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신 실장은 최근 한국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가 설립하는 싱가포르 합작법인 의장을 맡으며 한·일 식품사업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게 됐다. 오리온의 오너 3세인 담서원 본부장 역시 전략경영본부를 맡아 해외사업팀을 산하에 두고 글로벌 시장 확대와 바이오 등 신사업을 동시에 총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분 승계를 통해 후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정수 회장은 최근 보유 중이던 삼양식품 주식 20만주를 장남 전병우 COO(전무)와 장녀 전하영 씨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전 전무는 지주회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에 이어 핵심 사업회사인 삼양식품에서도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승계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상미당홀딩스는 허진수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그룹 운영체계를 정비했다. 지주사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 투자 기능을 맡고 계열사는 '상미당협의체'를 중심으로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오너 2·3세의 전진 배치에는 K-푸드의 글로벌 성장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식품시장은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해외 시장은 라면과 과자, 소스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섰고, 농심과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도 해외 사업 확대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경영 후계자들에게 국내 영업보다 글로벌 사업을 먼저 맡기는 사례도 보편화되고 있다. 북미와 중국 등 해외 법인 운영부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 해외 이커머스, 신사업 투자까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조직을 책임지면서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구조다. K-푸드가 성장하는 시기와 세대교체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사업이 후계자들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산과 영업을 중심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면 지금은 글로벌 사업 경험이 차기 경영자의 필수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해외 사업이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도 후계자들에게 글로벌 조직과 미래 사업을 맡기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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