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호르무즈 통제권 놓고 美·이란 충돌 격화…선박 운항 5주 만에 최저

  • 이란, 컨테이너선 공격 뒤 "해협 폐쇄" 선언

  • 미군, 이란 군사 목표물 300곳 이상 타격

  • 걸프 전역으로 반격 확산…종전 협상도 붕괴 위기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발표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각 배포한 영상 이미지에서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발표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각) 배포한 영상 이미지에서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이틀째 무력 충돌로 번졌다. 이란이 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선언하자 미국은 이란 군사시설을 잇달아 공습했다.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거점과 미국 우방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맞섰다.

13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11일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 'GFS 갤럭시'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선박은 기관실이 크게 파손되고 불이 나 운항을 멈췄다. 오만 당국은 선원 23명을 구조했지만 인도 국적 선원 1명은 실종됐다.

혁명수비대는 "해당 선박이 경고를 무시하고 이란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했다"며 "미국의 군사 개입이 끝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핵심은 누가 해협 운항 규칙을 정하느냐에 있다. 미국은 민간 선박이 이란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자국이 항로를 지정하고 운항을 관리할 권한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오만 쪽 항로서 충돌 촉발…美, 이란 목표물 300곳 타격

미국은 선박들이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쪽 남부 항로를 이용하도록 지원해왔다. 이란은 이를 자국의 관리 권한을 약화하려는 조치로 보고 해당 항로를 지나는 선박에 경고해왔다. 공격받은 컨테이너선도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미국은 상선 공격 직후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미군은 11일부터 12일까지 이란 주요 군사시설을 중심으로 공습을 가했다. 공격 대상에는 미사일·드론 시설과 방공망, 통신장비, 해안 레이더, 혁명수비대 함정 등이 포함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란 역시 바레인과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오만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들 국가에는 미군 기지나 미국과 협력하는 군사시설이 있다.

카타르에서는 요격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다쳤다. 쿠웨이트에서는 국경 초소와 해상 원유 시추시설이 파손돼 근로자 1명이 부상당했다. 요르단에서도 일부 시설이 손상됐다. 오만은 자국 시설이 공격받자 이란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양측의 공방은 13일까지 이어졌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2척의 시스템을 무력화해 운항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박의 이름과 국적, 피해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해협이 실제로 폐쇄됐는지를 놓고도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선박 운항이 이어지고 있어 해협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선박의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해협은 열렸다지만 운항 급감…종전 협상도 중단 위기

실제 운항 규모는 급감했다. 선박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12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척으로 5주 만에 가장 적었다. 유조선 대부분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이동했고, 주말 동안 위치 정보로 확인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통과도 없었다.

AIS를 끄고 이동한 선박이 있어 실제 통항량은 집계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전 하루 평균 약 140척이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운항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거래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수송로다. 충돌 격화와 공급 차질 우려로 브렌트유는 13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4% 넘게 올랐다.

오만은 최근 협상에서 이란과 오만 영해를 지나는 두 항로를 모두 개방하자고 제안했다. 오만 쪽 남부 항로는 전쟁 이전처럼 별도의 사전 승인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란 대표단은 현장에서 합의하지 않고 제안을 테헤란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부 항로에서 상선 공격이 발생하고 양국 공방이 이어지면서 중재 논의도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번 충돌로 지난달 체결된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은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논의하고 해협 운항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리 권한과 선박 안전 보장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이집트 등 중재국은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선 공격과 미국의 공습, 이란의 반격이 반복되면서 전면전으로 다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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