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최근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다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방예산 절감과 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워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검토할 만한 제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방은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다. 숫자와 예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국가 생존의 문제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육군은 어디까지나 육군이고, 해군은 어디까지나 해군이며, 공군은 어디까지나 공군이다. 3군은 같은 대한민국 국군이지만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역사, 전통과 문화, 사고방식, 전투 방식, 리더십 철학은 서로 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과정의 차이가 아니라 각 군의 DNA이다. 육군은 영토를 지키는 사자의 정신을 가진 조직이다.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지상전의 끈질긴 생명력이 핵심이다. 공군은 영공을 지키는 하늘의 독수리이다. 신속한 판단과 첨단기술, 공중우세 확보를 위한 과학적 사고가 생명이다. 해군은 영해를 지킨다. 거친 바다를 지배하는 상어와 같다. 광활한 해양에서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인내와 냉철함이 요구된다.
필자가 공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수없이 기지방어 훈련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왜 적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기지만 방어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 존재의 이유 때문이다. 공군의 존재 목적은 기지 밖으로 나가 지상전을 수행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공군의 핵심 전력은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 전력이며, 이를 운용하는 활주로와 비행장, 지휘 시설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기지방어 부대의 임무는 적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군의 심장을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기지방어 부대가 흥분하여 기지 밖으로 돌격한다면 그것은 용감한 행동이 아니라 공군의 존재 목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이 된다. 육군이라면 적을 쫓아 기동하고 점령하는 것이 본질적인 임무일 수 있다. 해군이라면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다. 그러나 공군은 제공권을 장악하고 항공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같은 군인이지만 사고방식과 작전개념, 지휘 철학이 서로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필자가 공군장교로 복무하던 당시 이야기이다. 육군의 방공포 전력이 공군으로 전환된 적이 있었다. 육군에는 완전히 방공 전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고도 방공을 담당하는 육군 방공부대가 계속 육군에 남아 있고, 중고도와 고고도 국가 방공망은 공군이 담당한다. 같은 대한민국 국군이지만 통합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공군으로 전입한 육군 출신 장병들도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공군 역시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전투를 대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지휘 체계와 사고방식이 예상보다 훨씬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국기를 달고 있어도 각 군은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단기간의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관학교에서부터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전술과 전략, 리더십과 군인정신을 배우며 비로소 각 군 장교의 DNA가 형성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군사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각 군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하는 산실인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서로 다른 DNA를 단순히 하나로 합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사자의 이빨과 발톱, 독수리의 날개와 부리, 상어의 강한 이빨과 턱, 이 모두를 가진 완벽한 전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생물학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태계에서 진화한 유전자를 억지로 결합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혀 새로운 생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필자는 그것을 '오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날개도 있고 발도 있고 부리도 있지만 사자처럼 싸우지도 못하고,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도 못하며, 상어처럼 바다를 지배하지도 못하는 존재 말이다.
국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전문성을 잃는 것이다. 육·해·공군 각 사관학교가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대해 필자는 관심이 없다. 어차피 이 나라 안이다. 문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펌웨어(Firmware)’의 엄격한 구분이다. 만약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교육 시설과 생활관, 행정조직 같은 하드웨어의 공동 운영은 검토할 수 있다. 나아가 기본 군사 지식과 국가관, 리더십의 기초를 다지는 '펌웨어'의 적절한 배합과 육성은 3군 통합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묘미일 것이다. 현대전에 필수적인 '합동 작전에 대한 깊은 이해'나 '대한민국 장교로서 공통된 사명감'을 함께 길러내는 것이 바로 이 펌웨어의 역할이다.
그러나 각 군의 고유한 문화, 작전 철학과 전통, 전투 방식이라는 '소프트웨어'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된다. 건물과 기초 뼈대는 공유할 수 있어도 각 군의 영혼과 직결된 소프트웨어까지 획일화하는 순간 우리는 사자도, 독수리도, 상어도 아닌 '오리'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 우리는 미국을 보며 중요한 사실을 배워야 한다. 세계 최강의 공군은 미국 공군이다. 그러나 세계 제2위의 공군력 역시 미국 해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해군이 독자적인 항공 전력과 작전 철학을 유지하며 전문성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력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획일화가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철저히 존중하는 데 있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이면에는 결국 우수 자원 확보와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위기는 제도를 어떻게 뜯어고치느냐가 아니라 ‘장교의 길’ 자체에 대한 사회적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제도를 통합하고 훌륭한 교육 시설이라는 번듯한 밥상을 차려놓은들 정작 아무도 와서 먹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최근 장교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단순히 출산율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보상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을 떠올려 보라. 참혹한 전란을 겪고도 국방의 중요성을 잊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 오늘날 그 대비의 정답은 명확하다. 장교와 부사관, 직업 군인의 급여와 대우를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평화와 안위를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필수적인 보험료이다. 국방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당장의 보험료가 아깝다고 투자를 외면했다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그 파격적인 대우의 출발점은 바로 군 경력 가산과 철저한 군 호봉 산정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간다는 말도 있다. 4성 장군이든, 일등병이든 때가 되면 누구든 제대한다. 이 제대 이후의 예우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은 당연히 잘 하겠지만 민간 영역, 특히 기업이나 사립학교 등에서 군 복무 경력을 호봉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꼼수와 차별이 적지 않다. 정부는 어느 기관 하나 예외 없이 군경력 인정과 군 호봉 산정이 이루어지도록 강력한 지침과 법제화를 통해 시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내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긍지를 그들 가슴에 심어 주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청춘을 바친 헌신을 사회가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스스로 군 간부의 길을 선택하겠는가.
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효율성은 중요하지만 전문성보다 앞설 수는 없다. 우리는 사자와 독수리, 그리고 상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코 그들을 모두 버무려 오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비록 일부 불명예스러운 일탈이 없지 않으나 작은 티끌이 옥의 영롱함을 가릴 수 없다는 ‘하불엄유(瑕不掩瑜)’처럼 우리 군의 99.9%는 조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참군인들이다. 이제는 이들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다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를 위한 길이며, 후손들에게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는 유일한 길이다. 사관학교는 호국(護國)의 간성(干城)이다.
필자 주요 이력
▷부산대 번역학 박사 ▷미국 University of Dayton School of Law 졸업 ▷대구가톨릭대 영어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