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3대 메가 프로젝트, 정쟁에 국가 大計 발목 안돼

대한민국 산업 정책의 새 이정표가 나왔다. 민관이 함께 발표한 4755조원 규모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 계획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재원 마련과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진다. 정책 검증은 필요하지만 국가 경제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가 진영 논리에 발목 잡혀선 안 될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와 더불어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한국 산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정부는 AI 시대를 맞아 수도권과 지방을 하나의 첨단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AI, 로보틱스를 따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사슬로 묶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추진하는 국가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의 투자 계획은 상징성이 크다.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육성하는 한편,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에는 AI 반도체와 첨단 제조 거점을 조성한다. 충청권은 HBM 패키징과 후공정, 영남권은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혁신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단순히 공장을 하나 더 짓는 차원이 아니라 전국을 하나의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SK의 구상도 만만치 않다. 2100조원을 투입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한다. 용인 클러스터는 물론 서남권 반도체 거점 조성과 청주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담겼다. AI와 반도체, 전력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행보다.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은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과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은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과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청사진이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기업들은 정부에 원스톱 인허가, 전력·용수의 안정적 공급,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요청했다. AI 시대는 전력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송배전망과 용수, 물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천조원 투자도 책상 위 계획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규제 혁신과 기반시설 구축을 약속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프로젝트가 흔들리고,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 방향이 뒤집히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미국은 칩스(CHIPS)법으로 반도체 제조 기반을 되살리고 있고, 중국은 국가 주도로 AI와 첨단 제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역시 라피더스·키옥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부활에 명운을 걸었다. 첨단산업 패권 경쟁은 국가 대 국가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투자 규모와 재원 조달, 사업성은 좀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검증과 발목 잡기는 다르다. 필요한 것은 합리적 비판과 보완이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소모적 공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통해 성장했고 이제 AI라는 세 번째 변곡점 앞에 서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 투자 계획이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실험이다. 성공 여부는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모두의 협력에 달려 있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상대를 향한 비판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음 30년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그것이 4755조원 투자보다 더 값진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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