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규의 AI 픽] 칩플레이션의 그늘, 역대급 호황에 가려진 소비자와 기업의 비명

닌텐도 스위치2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닌텐도 스위치2[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수억의 성과급을 받아 명품에 이어 아파트 쇼핑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과 데이터센터 폭증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실적의 버팀목이 됐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100억대 주식 부자 수도 늘었다.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도 만만찮다. 세수 증대를 기대하는 정부도 연일 "초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며 들뜬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가 잔칫상을 받아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늘은 더 짙어진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10개 정도다. 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사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를 필수 부품으로 사용하는 완제품 제조 기업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들 모두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급락했거나 수요 감소를 걱정하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보통 가전제품이나 IT 기기는 출시 후 시간이 흐르면 공정 안정화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경제학의 '경험 곡선' 효과이자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반도체 공급망 왜곡은 그 상식을 부수고 있다.

콘솔게임기의 경우 새 기종이 나오는 주기가 대략 6~7년 정도다. 차세대 게임기 출시가 임박해지는 6년차에는 보통 가격을 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된지 6년차에 접어든 '플레이스테이션5'와 'X박스시리즈S'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2'를 내놓은 닌텐도는 반도체 가격 급등을 이유로 출고가를 대폭 상향해 책정했다. 최근에는 가격을 17% 인상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해서인데 반도체 기업들이 마진율이 높은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성능 DDR5 생산에 집중하며 PC, 게임기, 자동차, 일반 가전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량은 물리적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주는데 수요가 버티니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제품 제조사들의 부품 명세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기존 10%대에서 최근 최대 40%까지 치솟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주요 제조사들이 원가 압박에 저가형 제품군을 대거 정리해 시장에서 500달러 이하의 가성비 노트북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주요 브랜드의 스마트폰 가격 역시 100만원을 훌쩍 넘을 수 밖에 없다.

가성비 제품들이 사라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시장 변화도 좌시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기술 발전은 가전 및 IT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전체 CPI를 안정시키는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부품발 원가 상승은 거시경제 전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조적으로 왜곡하고 하방 경직성을 강화한다. 물가의 하방 경직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반도체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완제품 가격은 내리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과 정부가 호황에 들떠 있을 때 중소 IT 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고통받고 소비자들은 얇아진 지갑을 닫아버린다. 낙수효과는 커녕 소비 위축으로 인한 긴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공급망 다변화와 중소 제조업체를 위한 상생 지원책, 그리고 칩플레이션이 유발하는 물가 불안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초호황으로 인해 짙어진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 방치한다면 지금의 초호황은 머지않아 제조업 전반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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