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대기업과 단체협상 길 열린다…공정위 "담합 분류 안 해"

  •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등 정보교환도 가능

  •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 등에 적용 전망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도급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 사업자들이 대기업과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연합해 진행하는 단체협상이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법체계를 개편하기로 하면서다. 이들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단체행동도 허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물가상승,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단체협상을 허용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민관합동TF를 운영했다. 이후 '갑'을 대표하는 산업별 협회와 '을'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의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우선 정부는 소기업·소상공인의 단체협상을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의 연합 필요성은 큰 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협상 참가자가 모두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고 상대방이 대기업·중견기업이면 단체협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도 신고 후 허용할 방침이다. 협상참가자에 중기업이 포함되는 경우 형식적 신고요건 확인 후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한다. 다만 참가사업자들의 연 매출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적고, 각 참가사업자가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이어야 한다. 

그동안 담합으로 규정되던 각종 합의와 정보교환도 허용한다. 사업자 간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지역 등 합의와 정보교환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입찰 담합의 경우 경쟁 입찰이라는 고유의 성격을 무력화할 수 있어 정보교환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 역시 교섭력 강화에 필요한 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기업·중견기업에 해당되면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단체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배달앱 입점상인들이 수수료 등 거래조건 협상을 위해 단체협상과 단체행동도 가능해지고 하도급기업들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요구에 공동 납품거부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 개정은 B2B(기업간 거래)에 적용되지만 B2C(기업과 소비자의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B2C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단체협상 중 소비자 이익 침해 및 경쟁제한 우려가 상당 수준 발생하는 경우에 금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노동조합 구성원이 사업자적 성격을 띠는 경우 단체행동을 위법으로 판단하던 조항도 수정한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이에 해당한다. 노동3권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국무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하반기 공정거래법·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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