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가 제시한 국내 투자 규모가 47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발표한 1500조원 규모 메가프로젝트와의 차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 모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아직 변수가 많고, 산정 범위와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국내에 총 265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SK도 AI 데이터센터와 AI 메모리 생산벨트 등을 포함해 총 2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로드맵을 제시했다. 두 그룹을 합치면 약 4755조원이다.
반면 정부가 이날 밝힌 투자 규모는 약 1461조원이다.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800조원, 충청권 HBM 패키징 거점 81조원, AI 데이터센터 550조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30조원 등을 합친 수치다. 정부는 이를 반올림해 '1500조 투자'로 설명했다.
두 수치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집계 범위다. 정부 발표는 지방 투자와 신규 프로젝트 중심이다. 삼성과 SK 발표에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기존 증설 계획, 계열사별 AI 데이터센터, 디스플레이, 배터리, 에너지 투자까지 포함됐다.
삼성의 경우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030조원, 호남·충청·영남에 62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는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청주, 호남권 AI 메모리 생산벨트 구축 계획을 함께 담았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와 기업 발표를 종합한 투자 규모는 호남권 896조원, 충청권 392조원, 영남권 27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호남권에는 반도체 팹 4기와 AI 데이터센터, 스마트가전·에너지 투자가 포함됐고 충청권에는 HBM 패키징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투자가 반영됐다. 영남권은 피지컬 AI, 자동차,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분야가 중심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발표가 실제 착공·집행액이라기보다 10년 이상에 걸친 생산능력 확충 계획에 가까운 만큼 향후 전력망, 용수, 인허가, 인력 확보 속도가 투자 현실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 반도체 거점은 수도권 클러스터와 달리 기존 협력사 생태계가 얇아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와 정주 여건 조성이 병행되지 않으면 투자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액이 크게 불어난 배경에는 반도체 공장 건설비 상승도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30조원 안팎이던 반도체 팹 1기 투자비가 최근 60조원을 넘어 100조원 이상으로 커졌다고 보고 있다. AI 반도체용 첨단 공정과 HBM 생산라인, 패키징 설비가 결합되면서 단위 투자비가 급격히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평택캠퍼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팹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권 신규 생산거점과 낸드 신규 팹 구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발표상의 전체 투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수치는 지방 중심 신규 프로젝트를 강조한 것이고 기업 수치는 장기 국내 투자 청사진에 가깝다"며 "숫자 자체보다 실제 어느 지역에 어떤 생산시설이 언제 들어서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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