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이란 합의에 흔들리는 걸프…"미국 믿어도 되나" 불안 확산

  • 전쟁 멈췄지만 이란 자금 유입 우려

  • 루비오, UAE·쿠웨이트·바레인 순방

  • 걸프국, 美 안보 의존 속 무기 조달 다변화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합의가 페르시아만 미국 우방국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전쟁은 멈췄지만, 이란이 제재 완화와 자금 유입을 발판으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안보 보증에 대한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바레인을 잇따라 방문해 걸프국들의 우려를 달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쿠웨이트에서 “미국은 걸프 파트너들의 안보를 약화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의 안보 공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은 수십년간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자국 안보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안보 공동체보다 비용과 대가를 따지는 거래 관계로 보는 태도를 보여왔다. 걸프국들은 2019년 사우디 핵심 석유 시설 공격 당시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도 직접 보복에 나서지 않은 점도 여전히 의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걸프국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5월 페르시아만 순방 때 카타르 도하에서 “우리는 이 나라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하고, 이란의 보복 공격이 걸프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 약속의 실효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 합의가 걸프국에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안겼다고 보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선임연구원은 CNN에 “아랍 걸프 국가들의 관점에서 이란 전쟁은 역내 안보 질서의 재앙적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역내 영향력 약화와 이란으로의 자금 유입이 테헤란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걸프국들은 이번 합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석유 시설과 항만, 금융·관광 중심지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불완전한 합의라도 확전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대체할 안보 파트너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걸프국들의 대응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국가는 무기 조달선을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튀르키예 등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과의 불가침 협정 등 장기적 공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역내에서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UAE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UAE와 다른 걸프국 정부들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 신뢰도는 이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걸프국 외교·안보 전략의 재조정을 압박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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