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어떤 신앙을 갖든, 어떤 교리를 믿든 국가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유가 타인에게 조직적 피해를 입히는 수단으로 전락할 때, 국가는 더 이상 관망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종교라는 이름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종교의 힘은 엄청나다. 종교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목숨의 위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종교의 힘이 선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는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국가와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그래서 종교에는 자유와 함께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종교가 그 책임을 저버렸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최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이른바 구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최종 확정했다. 재판관 4명의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구 통일교가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약 50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고액 헌금을 강요해 1500명 이상에게 204억 엔(약 1948억원)에 달하는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의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 5만여 명을 국민의힘에 조직적으로 가입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물론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은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조직적 입당 강요가 사실이라면 이는 종교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다.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특정 정당에 가입시키고 이를 교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이는 정교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및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다.
더욱이 신천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정교유착 의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교단의 거짓 전도와 포교 과정에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가족 해체와 인간관계 단절, 경제적 손실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모여 단체까지 설립했을 정도이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는 집단 감염 사태로 국가 방역에 큰 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신천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이비 종교와 유사 종교 단체들이 난립하며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사회적 갈등과 피해를 초래해 왔다.
문제는 국가가 이런 현상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혹시라도 종교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했고, 정치권은 해당 종교 집단의 표를 잃을까 두려워 쉬쉬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피해자들의 고통은 수년, 오래는 수십 년 동안 방치되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초 주요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사이비·이단 종교의 폐해 및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은 특정 종교단체가 아니라 국민이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소중한 권리지만 그것이 불법 행위와 타인에 대한 피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이지 피해의 자유가 아니다. 종교가 법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한 국가는 그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길이자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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