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4000건가량 늘었습니다. 하지만 중과가 실제 시행되자 팔리지 않은 매물은 다시 회수됐습니다. 세제 강화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아주경제 주최로 열린 ‘2026 부동산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 위원은 이날 ‘실수요 보호와 시장 왜곡 해소를 위한 부동산 세제 개편의 방향과 제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최근 1년간 주요 세제 대책을 짚으며 “시장은 정책이 기대한 대로만 반응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5월 10일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정부가 지난 1월 27일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단기간에 4000건가량 늘었다. 그러나 실제 가격 인하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우 위원의 설명이다.
우 위원은 “시장 심리는 세액 차이만큼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며 “정책이 기대한 만큼 소유자가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5월 10일 이후 중과가 시행되자 팔지 못한 매물은 빠르게 회수됐고 호가도 다시 올라갔다고 우 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올해 4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4.72% 상승했다며 하반기 흐름에 따라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거주 기간이 짧은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혜택을 줄이는 방향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비교하면 세액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가격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도 변수로 꼽았다. 세제 혜택을 유지하려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에 나설 경우, 입주 물량이 부족한 서울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 물건 감소와 전세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위원은 보유세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재추진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속도 조절과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 대비 보유세 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상속·증여세, 양도세까지 포함한 전체 부동산 세수 구조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조세 부담률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대해서도 시장이 단순히 세 부담 증가에 따라 매물을 내놓는 방식으로만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8~2022년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던 시기 일부 다주택자가 주택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해 세 부담을 낮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서는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급격한 추진은 경계했다. 우 위원은 “20~30년간 누적된 괴리를 7~10년 만에 되돌리는 과정에서 시세 급등기와 맞물려 조세 저항이 커졌다”며 “그 결과 제도 자체가 후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은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핵심은 세 부담을 높이거나 낮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시장 왜곡은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정책 효과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실제 반응과 부작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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