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없인 외래객 3000만 사상누각"…글로벌 역행하는 출국납부금 '현실화 촉구'

  • 출국세 늘리는 글로벌 주요국…韓은 오히려 인하로 2.4조 기금 '빚더미'

  • 쪼그라든 예산에 관광 업계 현장 타격

  • 납부금 인상 넘어 투명성 확보·기금 구조 개혁 필요 목소리

  • 기금 활용 내수 진작 파급효과 뚜렷…안정적 재원 확보 절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관광진흥개발기금 핵심 재원인 출국납부금을 현실화하고 기금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국회·학계·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관광 대국들이 앞다퉈 출국세를 인상하며 관광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납부금을 인하해 관광 경쟁력 약화와 기금 고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이날 간담회 현장에는 정부와 국회, 학계, 관광업계 핵심 인사들이 참석해 관광 재원 확충의 시급성을 논의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한국관광공사]
 
◆27년째 제자리걸음…재정 압박에 빠진 관광기금

출국납부금은 여행업계와 국민을 지원하는 관광기금 수익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재원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4년 7월 '해외여행 소비 진작과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출국납부금을 기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하고, 면제 대상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치로 연간 1300억원 이상의 기금이 증발하면서 지역 관광 예산 축소와 부채 심화 등 구조적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조계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소위 출국납부금을 '그림자 조세'라며 깎아버린 결과 기금 부채만 심화했다"며 "세계 주요국의 출국납부금은 평균 2만9000원대인 반면 우리는 7000원 수준이다. 방한 외국인 1인당 2만2000원의 재원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면서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3000만 관광객 시대는 사상누각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위기를 구체적인 수치로 경고했다. 류 위원에 따르면 1997년 도입 이후 27년간 고정됐던 납부금이 30% 인하되면서 당장 2025년 수입은 전년 대비 21.8% 급감한 2624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차입한 2조4000억원에 대해 매년 500억원의 이자까지 발생해 재정 압박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류 위원은 "1997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1200만원에서 현재 5100만원대로 4배 이상 성장해 실질적인 납부 능력도 커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1997년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납부금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반면 주요국은 공격적으로 재원을 늘리고 있다. 일본은 국제관광여객세를 기존 1000엔(약 9500원)에서 3000엔(약 2만8500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할 예정이다. 호주는 출국세를 꾸준히 올려 2024년 기준 70호주달러(약 7만5000원)를 부과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 20일부터 출국세를 약 50% 인상한 5만4000원 수준으로 올렸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발리도 2024년 2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루피아(약 1만3000원)의 관광객세를 신설했다.
 
강동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관 사진한국관광공사
강동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관. [사진=한국관광공사]
 
◆관광기금 구조 투명성 확보·개혁 필요

기금 축소의 여파는 관광업계를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 회장은 "호텔업은 초기 투자비가 커 정책금융 지원이 필수적인데, 기금 부족으로 숙박 인프라 확충과 종사자 교육 사업 등이 축소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광 업계는 기금 현실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밀한 접근을 주문했다. 황준석 한국여행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출국납부금 인상이 자칫 국민의 여행 부담을 가중하거나 수요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며 "국민의 부담 능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참고해 국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금 운용과 구조 개편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데 업계와 학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확보된 재원의 우선 투자 방향으로 △지역관광 혁신 투자 △국민 여행 안전 강화 △관광 수용태세 개선을 제시하며 "단순히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확보된 재원의 사용 내역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익 한국관광학회 수석부회장 역시 "납부자와 수혜자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기금을 국민에게 바우처나 휴가 지원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돌려주는 묘안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기금의 절반가량이 사업체 융자에 쏠려 있어 '돈 내는 사람 따로, 혜택받는 사람 따로'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융자 지원 횟수 상한제 도입 등 기금 구조 개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내수 진작 입증된 관광기금 효과

실제 관광기금을 마중물로 삼은 정책들은 뚜렷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677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고, 특히 지방공항 입국객은 120만5000명으로 45.3%나 늘었다. 이에 따른 1~5월 외국인 총소비액은 7조9845억원(47.3% 증가)을 기록했으며 이 중 외국인 지역 소비액이 2조6742억원(42.7% 증가)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내수 진작 효과도 데이터로 입증됐다. 동 기간(1~5월) 국민의 지역관광 외지인 방문객은 전국 기준 12억7664만명(2.2% 증가)이었으며 비수도권 방문객도 6억5982만명(2.3% 증가)을 기록했다. 국민 지역관광 소비액 역시 전국 66조8894억원(9.0% 증가), 비수도권 27조4705억원(10.2% 증가)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국민 체감형 기금 활용 사업들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57.3%의 신규 여행 수요를 창출했으며, 1인당 평균 91만4080원의 관광소비액을 기록해 정부 지원금(10만원) 대비 9.14배의 경제 파급 효과를 냈다. '숙박세일 페스타' 또한 152만장의 할인쿠폰을 제공해 약 230만명의 신규 여행객을 지역에 체류하게 만들었다.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은 "기금은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내수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 재원"이라며 "2028년 외래관광객 3000만명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관광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안정적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강동진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관광은 국가대표 수출 산업이자 지역 소멸을 막는 희망 산업"이라며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조기 달성을 위해 출국납부금 현실화를 통한 관광기금 확충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 역시 "국민의 출국납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인 만큼 투명하게 공개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환원되도록 국회 입법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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