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출국납부금 인상, 관광기금 개혁이 먼저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출국납부금 인상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항 출국납부금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지고 면제 대상이 12세 미만까지 확대된 뒤,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 감소가 현실화했다는 판단에서다. 관광업계는 숙박 인프라 개선과 인력 양성, 지역관광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준비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관광정책을 떠받치는 주요 재원이다. 출국납부금은 이 기금 수익의 약 30%를 차지한다. 국회 간담회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약 4000억원이던 출국납부금 수입은 올해 2624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해 인하 조치로 연간 1300억~1400억원 규모의 재원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차입한 2조4000억원 규모의 부채도 여전히 부담이다. 관광이 내수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기반을 계속 약화시킬 수는 없다.

물론, 재원 부족이 곧바로 인상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출국납부금은 항공권 가격에 포함돼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돈이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목적과 사용처, 성과가 분명해야 한다. 부담금 정비와 국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낮췄던 금액을 다시 올리려면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운용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핵심은 관광기금 운용에 대한 신뢰다. 출국자가 낸 돈이 어떤 사업에 쓰였고, 그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국민이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가볍지 않다. 특히 기금의 상당 부분이 관광사업체 융자에 투입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책금융의 역할은 분명하다. 다만 반복 지원 여부, 대기업 지원 제한, 영세·신생 사업체 배분 기준, 융자 회수율 관리 등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낸 돈이 산업 경쟁력과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 일본은 국제관광여객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호주와 영국도 출국·항공 관련 부담금을 운용한다. 하지만 각국 제도에는 관광 진흥뿐 아니라 국경관리, 환경, 항공정책 목적이 함께 섞여 있다. 단순히 외국보다 낮다는 비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 관광정책의 재원 구조와 국민 부담 원칙에 맞는 논리가 필요하다.

출국납부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면 기금 개혁도 같은 속도로 추진돼야 한다. 사용처 공개, 사업별 성과 평가, 융자 지원 기준 정비, 회수율 공개, 대기업 지원 제한은 최소한의 전제다. 근로자 휴가지원, 숙박 할인, 지역관광 안전망, 수용태세 개선처럼 국민과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 비중도 높여야 한다. 납부자와 수혜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장치가 있어야 부담에 대한 수용성도 커진다.

관광은 더 이상 부가 산업이 아니다. 외래객 유치와 내수 진작, 지역 소멸 대응을 함께 떠받치는 전략산업이다. 그래서 재원 확충 논의는 필요하다. 다만 순서가 틀리면 명분도 약해진다. 더 걷겠다는 말보다 먼저 제대로 쓰겠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출국납부금 논의의 성패는 인상 폭이 아니라 관광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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