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은행권이 전체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제치고 20년 만에 금융권 1위에 올랐다. 성장 속도에서는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업권 간 자금 확보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은행권 264조1205억원, 증권사 141조6797억원, 보험사 102조933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업권별 순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개별 금융사에서는 신한은행이 54조7391억원을 기록해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약 20년간 이어진 삼성생명의 독주가 끝난 것이다. 신한은행의 선두 등극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반면 확정급여형(DB) 비중이 높은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DB형 적립금이 1조원 넘게 감소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성장세는 증권사가 가장 가팔랐다.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증권사가 31.7%로 가장 높았고 은행은 1.4%, 보험사는 0%대에 머물렀다. 투자상품 선택지가 많은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업권별 성장 격차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는 올해 1분기에만 4조3426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유입됐다. 전체 시장 신규 유입액의 36.4%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의 DC형과 IRP 적립금 합계도 36조7767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다음 격전지는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정부는 다음달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확정하고 연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형은 개별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적립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하는 구조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연기금과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경험을 보유한 대형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참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산운용사들이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연기금과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경험을 갖춘 대형 운용사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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