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북중미 월드컵과 연계해 대고객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금융사는 하나은행, 카카오뱅크, 교보생명, NH농협카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5대 은행 중에서는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하나은행이 유일하게 움직였다.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고 연 11% 금리를 제공하는 '베스트 11 적금'을 선보였고,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앱 내에서 응원하고 치킨 쿠폰 등을 받는 게임형 이벤트를 열었을 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24년째 국가대표팀을 후원 중인 교보생명이 유튜브 응원 캠페인을 진행하는 수준에 그쳤다.
카드업계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NH농협카드가 현지 경기 관람 패키지 추첨 이벤트를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대다수 카드사는 관련 행사를 아예 기획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카드사들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FIFA 공식 결제 파트너사와 제휴해 스페셜 에디션 카드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가기도 했다. 실제 신한카드가 2010년 비자카드와 손잡고 남아공 월드컵 특화 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우회로마저 막혔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사들 역시 국내 월드컵 마케팅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국내 카드사들이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할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림픽보다 월드컵의 마케팅 제재가 훨씬 강력하다"며 "천문학적인 소송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벤트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대중의 관심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금융사들의 계산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시차로 인해 한국 대표팀의 주요 경기가 직장인들의 활동 시간대인 평일 오전이나 낮 시간에 주로 배치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야간 경기 중심으로 광화문 거리에 수만 명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집객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 흐름이 e스포츠나 숏폼 영상 등으로 다변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축구가 더 이상 전 국민을 하나의 TV 앞으로 모으는 유일한 치트키가 아니라는 의미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유러피언 슈퍼리그 추진 당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축구에 관심이 없다”며 “그들은 다른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드업계의 근본적인 마케팅 체질 변화도 월드컵 실종 사태에 한몫했다. 최근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조달비용 상승으로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TV 광고나 대규모 경품 행사 등의 '매스 마케팅'을 전면 축소하는 추세다.
대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나 해외여행 특화 카드, 프리미엄 라인업 등 소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즉각적인 이용액 증가로 이어지는 '개인 맞춤형(타깃)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월드컵 마케팅은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실제 카드 결제율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성과를 측정하기 매우 모호하다"며 "최근 업계 트렌드는 철저하게 가성비와 성과 측정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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