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부산 공연 D-Day] 숙박난 대안 된 영화관…심야 극장에 모이는 아미

1213일 BTS 부산 공연이 진행된다 사진연합뉴스
12~13일 BTS 부산 공연이 진행된다.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심야 영화관이 숙박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공연을 마친 뒤 이동이나 숙박이 어려운 관객들을 위해 극장들이 밤샘 상영과 휴식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다. 대형 K팝 공연이 도시 관광 수요로 확장되는 가운데 영화관도 공연 이후의 시간을 받아내는 인프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12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산(BTS WORLD TOUR 'ARIRANG' IN BUSAN)'이 막을 올리는 가운데 CGV와 롯데시네마는 공연 기간 부산을 찾은 국내외 팬들을 겨냥한 심야 상영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숙박 수요가 몰리는 공연 종료 이후 시간대에 영화관을 개방해 관객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부산 지역에서는 숙박난 우려가 먼저 불거졌다. 일부 숙박시설이 요금을 크게 올리거나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정부와 부산시가 대체 숙박시설 확보와 교통편 증편에 나선 가운데 공연장 인근 영화관의 심야 상영도 숙박 수요를 나누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롯데시네마는 12일과 13일 양일간 부산진구 롯데시네마 부산본점에서 특별 심야 상영회 '퍼플 나이트 인 부산(PURPLE NIGHT IN BUSAN)'을 연다. 자정부터 '상자 속의 양', '디스클로저 데이', '군체(영자막 버전)' 총 세 편을 상영하고, 영화 상영 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보라색 이어플러그와 온열 안대도 웰컴 기프트로 제공한다. 심야 영화 관람을 넘어 휴식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부산을 찾은 팬들이 보다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이번 심야 상영회를 기획했다"며 "극장의 안락한 인프라를 활용해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팬들이 함께 모여 공연의 여운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롯데시네마 CGV
[사진=롯데시네마, CGV]

CGV도 같은 기간 CGV아시아드에서 '올 무비 나잇(All Movie Night)'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CGV아시아드는 공연장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있다. 공연 종료 이후 총 3개 상영관에서 심야 연속 관람 형태로 운영되며 예매 상황에 따라 상영관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편성도 팬덤과 해외 관객 수요를 고려했다. 1관에서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2019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런던 리마스터링'과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 더 파이널 리마스터링'을 연속 상영한다. 공연의 여운을 극장 콘텐츠로 이어가려는 구성이다. 5관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와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영자막 버전)'를, 7관에서는 '군체(영자막 버전)'와 20세 감독의 공포영화 '백룸'을 각각 연속 상영한다. 장르 영화와 영자막 상영작을 배치해 외국인 관객 접근성도 고려했다.

CJ CGV 장지연 콘텐츠운영팀장은 "방탄소년단의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부산을 찾는 관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이번 연속 상영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며 "공연의 감동을 이어가며 K-극장에서의 다양한 콘텐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사진=빅히트뮤직]

두 극장의 움직임은 공연 관객의 심야 체류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극장업계의 새로운 공간 실험으로도 읽힌다. OTT 확산 이후 극장은 관객 감소와 상영 매출 정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극장업계는 영화 상영을 넘어 콘서트 생중계, 팬미팅, 스포츠 중계, 체험형 이벤트 등으로 공간 활용 방식을 넓혀왔다. 이번 BTS 부산 공연 연계 프로그램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극장이 대형 이벤트의 부가 공간이자 지역 관광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공연과 극장 콘텐츠, 휴식 수요가 한데 묶였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기존의 심야 상영이 영화 관람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관객이 공연장을 나온 뒤 다음 이동 전까지 머물 수 있는 시간까지 상품의 일부가 됐다. 팬덤에게는 안전한 체류 공간을 제공하고, 극장에는 유휴 시간대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영화관이 '보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보다 구체화된 셈이다.

지역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형 K팝 공연은 더 이상 공연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팬들은 공연 전후로 이동하고, 먹고, 묵고,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다. 공연이 도시 전체의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는 만큼 이를 받아낼 인프라 역시 중요해졌다. 영화관의 심야 운영은 숙박시설과 교통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야간 체류 수요를 보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일회성 특수에 그칠지, 극장업계의 지속 가능한 공간 비즈니스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특정 팬덤과 대형 공연에 기대는 모델은 수요가 분명할 때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상시 운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편성, 안전 관리, 휴식 환경, 지역 교통과의 연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극장의 쓰임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BTS 부산 공연을 계기로 열린 심야 극장은 숙박난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대안이면서 공연 이후의 시간을 극장이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기도 하다. 대형 K팝 공연이 도시 관광 수요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영화관은 상영관을 넘어 휴식과 체험, 야간 체류 수요까지 받아내는 공간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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