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자산운용사들의 ETF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퇴직연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혼합형 ETF'가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상품 출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자금을 겨냥한 채권혼합형 ETF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채권혼합형 ETF는 주식 비중을 50% 미만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구성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100% 편입이 가능해 연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곳은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구성한 상품으로, 지난 2월 상장했다. 최근 순자산 3조원을 돌파하며 채권혼합형 ETF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퇴직연금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대표적인 연금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후발 주자들도 빠르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키움자산운용의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2일 기준 순자산 1513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나자산운용도 같은 달 코스닥150을 활용한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SOL 코스피200채권혼합50 ETF'를 상장했다. 우리자산운용은 2일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담은 'WON 삼성전자현대차채권혼합50 ETF'를 내놨다.
상품 구조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초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현대차, 은 현물 등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은 현물과 국고채를 절반씩 담은 'PLUS 은채권혼합 ETF'를 상장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97조원에 달했다. 특히 직접 운용이 가능한 DC형과 IRP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ETF를 활용한 연금 투자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이 ETF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채권혼합형 ETF의 안전자산 분류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채권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와 코스닥 성장주,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안전자산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 수요와 운용사들의 상품 개발 경쟁이 맞물리면서 채권혼합형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상품 다양성뿐 아니라 위험 관리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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