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월(3.1%)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2.0%, 3월 2.2%, 4월 2.6%에 이어 5월 3.1%까지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3%를 돌파하면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본격 전이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휘발유는 23.1%, 경유는 33.3% 올라 각각 202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전쟁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고 여기에 5월 연휴와 여행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다"며 "이번 물가는 공급 측 충격이 본격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2024년 4월(3.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품을 제외한 생활물가는 4.2% 올라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
반면 채소와 과일 가격 안정세로 신선식품지수는 1.4% 하락했다. 농산물은 0.8% 내렸지만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5.8%, 5.0% 올랐으며 농축수산물 전체는 2.2% 상승했다.
데이터처는 아직까지 고유가 충격이 외식이나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달리 현재는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 충격이 발생한 것"이라며 "하반기 석유류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조치가 없었다면 5월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조치가 지난달 물가를 0.6%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률은 한동안 3%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6월 물가 상승률도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확대됐고, 국내외 항공료 등 여행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 가격도 높아짐에 따라 4월보다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생활물가 상승률도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 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짚었다.
정부는 중동 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하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석유류 안정 및 할당관세, 공급 확대, 폭염·폭우 대비 농축수산물 선제적 수급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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