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반복되는 안전 참사...'효율 우선' 관행 이제 끝내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삼성역 GTX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문제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안전보다 비용과 속도를 우선시하는 왜곡된 관행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돈이 생명보다 귀할 수는 없다”며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책임 규명을 주문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이 대통령은 “안전보다 돈이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못된 관행”을 지적하며 공공부문 관련 사고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고들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공 영역과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안전사고였고, GTX 철근 누락 문제 역시 국민 불안을 키우는 대표적 사례다. 철근 누락은 단순 시공 실수가 아니다. 설계와 감리, 시공, 관리 체계 전체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한국 사회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긴장은 느슨해지고,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 논리가 다시 안전 위로 올라선다. 현장에서는 인력과 자재가 줄고, 하청과 재하청 구조 속에서 책임은 흐려진다. 사고가 나면 실무자 몇 명 문책하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8일은 구의역 참사 10주기이기도 하다. 2016년 홀로 작업하던 19세 청년 노동자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사회는 위험의 외주화와 안전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부실 공사와 안전 규정 위반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압박 속에서 안전 비용을 줄이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건설·토목 현장뿐 아니라 제조업과 물류,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도 ‘효율’과 ‘속도’를 앞세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순간 사고는 예고된 재난이 된다.
 
기업과 공공기관 모두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안전 규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무다. 사고가 발생한 뒤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반복을 막을 수 없다. 설계 단계부터 시공·운영·감독까지 전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어긴 경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안전 문제를 정쟁 소재로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상대 진영 책임론만 부각하는 동안 현장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방이 아니라 재발 방지다.
 
국가의 수준은 초고층 빌딩이나 첨단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이 안심하고 일하고 이동하며 생활할 수 있는 사회인지가 더 중요하다. 안전이 흔들리는 사회는 결코 선진국일 수 없다.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할 때다.
 
26일 오후 2시32분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모습사진독자 제공
26일 오후 2시32분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모습.[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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