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른바 'VIP 격노'가 있었다는 진술이 다시 한 번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의 심리로 27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하던 중 "(윤 전 대통령이) 크게 질책했다"며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 이런 질책을 하셨다"고 발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집무실 내선 번호로 통화하면서 "'최고지휘관부터 하급자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되겠느냐', '내가 누차 얘기하지 않았느냐'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도 말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8명을 지목했다.
이러한 결과를 듣고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이른바 'VIP 격노' 사건 이후로 대통령실과 국방부로부터 조직적인 수사 외압이 가해졌다고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별검사)은 보고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대해 증언하면서도 "임 전 사단장을 (이첩 대상에서) 빼라는 명시적 지시는 전달 받은 사실이 없다"며 "책임 경중, 직간접적 책임을 구분해서 처벌하는 게 맞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것은 군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지휘관부터 하급자까지 줄줄이 처벌하는 관행에 대해 지적하는 차원으로 이해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한 국방부 기획관리관에게 군사경찰 규모를 50% 감축하라고 지시한 경위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격노한 것과 직접 연관 짓기 어렵다"면서 "군사경찰 문제는 그 이전에도 몇 차례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전 비서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당시 대령·현재 준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했던 군 검찰단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이 진술을 뒤집은 이유를 묻자 임 전 비서관은 "수년간 인고의 세월을 겪었을 채상병 부모에게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지는 게 조금이라도 위안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특검에서는 사실대로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임 전 비서관에게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전달받은 문건의 분량 등을 물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무엇이고, 사단장부터 중사까지 어떤 잘못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을 못 얻었다"며 "젊은 해병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다짐한 것 아닌가"라고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관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 공판과 일정이 겹치면서 증인으로는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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