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잠정합의안 투표가 찬성률 74%로 가결되면서 한 회사 내 직원 간 성과급 100배 차이를 용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조직 내부 박탈감은 물론 사회적 위화감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의식한 삼성전자는 5조원 규모 상생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노사는 27일 여명구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개최했다.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 투표를 통과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DS 부문은 OPI 1.5%와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합쳐 사업성과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한다. 이에 따라 DS 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반면 디바이스경험(DX) 등 비반도체 부문 직원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만 수령해 성과급 격차가 약 100배에 이른다.
성과급 제도화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흑자 사업부가 거둔 성과를 적자 사업부에도 배분한다는 불만과 회사 전체 이익을 특정 부문 직원들이 독식한다는 박탈감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사장)은 이날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로 많은 분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와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달랬다.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한쪽에서는 대기업 정규직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논의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최저임금 몇만 원 인상안을 두고 노사가 격돌하는 상황이다. 원청 대기업 내부의 초과이익 배분 논란이 협력사·중소기업 상대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 국민의 근로 의욕 저하는 국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급여 이중 구조가 심각한데 복권 당첨에 비유할 만한 막대한 성과급이 풀리면서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층의 좌절감 증폭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합의안 가결 후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 등 명목으로 향후 5년간 총 5조원규모로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금은 2·3차 중소 협력사 지원과 산업재해 지원, 취약계층·영세자영업자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성과급 합의안을 실제 집행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가 녹록지 않다. 일부 주주단체는 삼성전자 성과급 잠정합의안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은 물론 본안소송 제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 취지상 대규모 자사주 처분은 주주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사측이 주주 보상을 늘리는 대신 노조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주총 통과를 전제로 안을 설계했다고 의심하는 주주들이 많아 향후 가처분과 본안소송 진행 과정에서 성과급 집행 시점과 방식이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대기업에서만 노조가 활발히 작동하는데, 이번 사안도 삼성전자 노조가 협력사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 집단 이기주의로 비난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모두 삼성·SK에 가는 건 아니므로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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