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거짓말탐지기' 등장한 부산시장 토론...공약 격돌 속 의혹 난타전

  • 청년 일자리·가덕도신공항·북항 개발 놓고 3人 3色 해법 격돌

  • 엘시티·명품시계 의혹 이어 거짓말탐지기 활용한 검증 제안까지...시청자 관심 집중

26일 KBS 부산시장후보자 토론회에서 촬영한 전체 후보 사진사진개혁신당 정이한후보 캠프
26일 KBS 부산시장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박형준(좌), 전재수(중앙), 전이한(우) 부산시장 등 후보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개혁신당 정이한후보 캠프][사진=개혁신당 정이한후보 캠프]

6·3 지방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부산시장 후보자 간의 마지막 법정 TV토론회에 사상 초유의 '거짓말탐지기'가 등장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역 생존을 건 치열한 비전 경쟁으로 막을 올린 토론회는 후보들이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한 날 선 검증 공방을 주고받으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도권 토론에 접어들며 엘시티(LCT) 거주 의혹, 명품시계 수수 의혹에 이어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한 이색적인 검증 시도까지 겹치면서 정책 비전 조명과 도덕성 검증에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26일 부산KBS에서 생중계된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민의힘 박형준,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가 참석해 청년 일자리와 산업 전략,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 지역 핵심 현안을 놓고 각자의 해법을 제시했다. 토론 후반부에는 후보 개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 공방이 이어졌고, 정이한 후보가 토론장에 거짓말탐지기를 꺼내 들며 공개 검증을 제안하는 장면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해양수도’ vs ‘첨단산업’ vs ‘민간주도’...3人 3色 경제 해법
이날 토론의 핵심 분수령은 부산 경제의 체질 개선과 청년 일자리 소멸 위기를 극복할 산업 해법이었다.

전재수 후보는 행정·사법·금융 기능의 집적화를 통한 ‘해양수도 부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 후보는 해양수산부와 산하 공공기관 이전, HMM·SK해운 등 대형 해운기업 본사 유치, 해사전문법원 설치를 연계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50조원 규모의 동남투자공사를 설립해 전통 제조업과 첨단 AI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중앙정부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성장론을 폈다.

반면 박형준 후보는 전 후보의 구상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며 ‘지식서비스업 및 첨단산업’ 중심의 구조 개편으로 맞불을 놓았다. 박 후보는 “해운기업 본사 이전만으로는 실질적인 청년 일자리 확대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반박하며, 임기 내 다져온 전력반도체, 2차전지, 조선·자동차 연구개발(R&D) 센터 유치 성과를 기반으로 미래 첨단 지식 기반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개혁 정치를 표방한 정이한 후보는 관 주도의 패러다임을 깨는 ‘민간 중심 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는 “일자리는 관이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 유치와 창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전면에 내걸었다. 부산으로 이전하거나 지역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대해 지방세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의 핵심 인프라 축인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도 후보 간 시각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박 후보는 남부권 관문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항 시점을 2029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수소 트램인 ‘BuTX’를 도입해 공항과 북항을 18분 만에 연결하겠다는 차별화된 광역교통망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전 후보는 단순한 개항 시점 조정을 넘어 항만 물동량과 항공 화물을 연계한 복합 물류 체계 구축과 배후단지 확충을 통해 진정한 ‘트라이포트(Tri-port)’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맞섰다.

북항 재개발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는 전 후보가 부산항만공사(BPA)의 참여를 통한 '개폐식 돔구장' 건립 구상을 깜짝 제시하자, 박 후보는 "이미 국비와 민간(롯데) 재원이 확보되어 추진 중인 사직구장 리모델링이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매몰비용 문제를 지적해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후반부 주도권 토론에서는 후보들의 도덕성과 시정 공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전 후보는 박 후보 가족의 해운대 엘시티(LCT) 거주 문제와 배우자가 운영하는 화랑 관련 의혹, 특정 대학에 집중된 부산시 청년정책 광고비 집행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박 후보는 “광고 집행은 실무 차원에서 전결된 사안이며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단 하나의 비리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즉시 시장직을 내려놓겠다”고 강경하게 응수했다.

공수 교대에 나선 박 후보는 전 후보를 향해 해수부 장관 재직 시절 제기된 명품시계 수수 의혹을 정조준하며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전 후보는 “이미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불법 금품 수수 사실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반복적인 의혹 제기는 악의적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았다.

양당 후보 간의 대립이 격화되던 토론 막판에는 정이한 후보가 사비로 미국에서 공수해 왔다는 '경찰용 거짓말탐지기'를 스튜디오 테이블에 꺼내 들며 공개 검증 의향을 묻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정 후보는 전 후보를 향해 "시민 앞에서 의혹을 당당하게 해소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했고, 전 후보는 이에 대해 이미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선을 지켜달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거대 양당 후보들의 의혹 회피 행태를 꼬집은 신선한 문제 제기"라는 시각과 "법정 토론회의 격조를 떨어뜨린 과도한 퍼포먼스"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며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토론 직후 각 캠프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장외 여론전에 돌입하며 자당 후보의 정책 경쟁력을 치열하게 부각했다. 전 후보 측은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양수도 전략을 실현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박 후보 측은 시정 경험과 산업 정책의 현실성을 입증한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정 후보 측은 기존 정치 문법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청년 정치가 지닌 개혁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토론이 부산의 미래 산업과 도시 전략을 둘러싼 후보 간 시각 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후반부로 갈수록 검증 공방이 과열되며 정책 메시지가 다소 가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30대 직장인은 “후보별 경제 전략의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 토론이었다”면서도 “후반부 의혹 공방이 길어지면서 정책 논쟁이 다소 묻힌 느낌도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하구의 한 50대 자영업자 역시 “부산 경제와 청년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시된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을 좀 더 깊이 있게 검증하는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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