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경제공동체의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의 TPP 협상을 총괄 지휘해 온 시부야 가즈히사 간세이가쿠인대학 교수(前정책조정총괄관)은 지난 20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의 CPTPP 가입 논의와 관련해 "CPTPP는 가입국이 늘어날수록 규범의 밀도가 높아지는 '진화하는 협정'"이라며 "(한국이 CPTPP에 참여하게 되면) 다자간 파트너십 체제를 통해 한일이 더 깊은 경제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경제계는 한국의 CPTPP 가입이 양국의 경제공동체를 구현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공감한다. 시부야 교수는 "양자 간의 직접적인 경제공동체 논의는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다루기 민감한 부분"이라면서 "CPTPP에 이미 참여 중인 일본과 가입을 원하는 한국이 다자간 파트너십 체제 안에서 협의를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협력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250여명의 한일경제인들이 모인 '제 58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한국의 CPTPP 가입 논의가 하루빨리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경제인들은 "CPTPP는 세계적 규모의 다국 간 경제 연계의 중요한 틀"이라면서 "한국의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의 진전과 그 실현을 향한 일본의 지원을 기대하고 양국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구자열 한국경제협회장은 양국 단장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블록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안 된 상태고, 한국 정부도 CP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본 측 고지 아키요시 회장도 "한국이 공식적으로 신청하면 일본 정치·경제계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PTPP 가입을 통해 양국의 '벤처·스타트업 동맹'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한일 양국간 벤처·스타트업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례로 마키나락스, 패블스퀘어 등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대형 건설사·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고, 삼성, 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들은 유망한 일본 기술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플랫폼이 강점인 한국 스타트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강한 일본 기술 벤처기업이 CPTPP의 투자·지식재산권 보호 규범을 통해 결합한다면, 글로벌 거대 자본에 맞설 체급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 19일 열린 한일정상회단에선 관련 논의가 없었다. 공급망·AI·에너지 등 경제안보 중심으로 다뤄졌다. CPTPP는 농수산물 시장 개방, 후쿠시마산 식품 규제 등 민감한 이슈가 얽혀 있는 데다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 정부도 산업계와 농축수산업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비교적 공감대 형성이 쉬운 의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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