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관세와 투자, 반도체와 대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보이지만, 실제 회담의 무게 중심은 이란 전쟁 이후 흔들리는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정면으로 동조하기보다는,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안정 관리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국제유가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지고, 이는 결국 미국 소비와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전면 충돌보다 일정 수준의 안정적 관계 관리가 정치·경제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 중국 역시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속에서 미국과의 무역 불확실성이 추가로 확대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 결국 양국 모두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 전략경쟁의 비용을 통제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이것이 미중 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회담은 경쟁을 중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쟁의 룰을 다시 조정하는 성격에 가깝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안보 영역에서는 중국 견제를 유지하면서도 농산물·항공기·에너지 거래 확대 같은 실익을 챙기려 할 것이고, 중국은 대만과 기술 제재 문제에서 미국의 압박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는 특히 복합적인 함의가 있다. 미중 관계가 지나치게 악화하면 한국 경제는 수출·환율·금융시장 측면에서 직접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양국이 일정 수준의 안정적 관리 체제를 구축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 전쟁 완화 가능성과 미중 안정 기대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될 수 있는 새로운 세력 균형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거래를 확대할수록 중국의 아시아 내 영향력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외교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첨단기술 표준, 해상 물류, 에너지 안보까지 연결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깊게 연결돼 있으면서도 안보는 미국 동맹 체제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 변화의 압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이럴수록 필요한 것은 감정적 진영 논리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정교한 국익 중심 전략이다.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심축으로 유지하되, 공급망과 시장 다변화, 기술 자립 역량 강화로 외교·경제적 완충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동남아·인도·중동·유럽과의 협력을 넓혀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는 다층적 외교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를 단번에 바꾸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경쟁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맹과 중견국을 어떤 위치에 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역시 단기 시장 기대감이나 진영 논리에 휩쓸리기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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