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지금 새로운 성장 방식을 요구받고 있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기반 약화는 특정 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어느 한 도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이다. 전북의 발전전략은 개별 도시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연결과 기능 분담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전주와 김제를 하나의 생활·산업권으로 묶고, 이를 새만금 경제권과 연계하는 전략은 전북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성장 경로다.
전주는 행정·교육·연구개발·의료·문화 기능이 집적된 중심도시이지만 산업공간과 확장성에는 제약이 있고, 김제는 넓은 산업·물류 배후지를 갖추고도 인구와 정주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따라서 전주·김제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을 넘어, 두 도시의 기능적 한계를 상호 보완해 하나의 경쟁력 있는 광역 생활경제권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결합으로 볼 필요가 있다.
2026년 4월 기준 전주시와 김제시의 인구를 합치면 약 70만 4천 명 규모이다. 이는 전북이 개별 지자체 간 분산 경쟁을 넘어, 노동시장·소비시장·정주기반·행정역량을 함께 갖춘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구 기반이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협약은 전북발전 전략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다.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시티 구상은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수소, 에너지가 결합된 미래산업 생태계 조성에 가깝다. 이 투자가 지역경제로 이어지려면 새만금의 산업수요가 김제의 공간, 전주의 인력·교육·연구개발·생활서비스와 연결되어야 한다. 투자금액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도민이 체감하는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전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원이나 대기업 유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투자 유치와 함께 지역 자원과 역량을 스스로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는 내발적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농생명·식품산업,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새만금 배후 기능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농업 역시 스마트농업·푸드테크·바이오산업과 결합해 고도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목표도 투자 유치 실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 고용률, 지역기업 조달률, 청년 정착률, 여성 재취업률, 지방세 증가분처럼 도민 생활과 연결되는 지표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산업단지에는 청년·신혼부부 주택, 통근교통, 직업훈련센터, 공동보육시설이 함께 배치되어야 한다. 중장년층에게는 직무전환 교육이, 자녀를 둔 가구에는 연장보육과 방과후 돌봄이, 고령층에게는 의료와 생활교통이 촘촘히 제공되어야 한다.
결국 전주·김제 연결의 목적은 행정구역을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전북 안에서 사람이 머물고, 기업이 성장하며, 그 성과가 도민의 일자리와 주거, 돌봄과 복지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다. 새만금을 아우르는 전주·김제통합시 권역은 산업 수익을 만들어 그 수익을 전북지역의 삶으로 전환하는 경제중심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거창한 구호보다 정교한 연결에 달려 있다. 전주와 김제를 잇고, 그 힘을 새만금을 비롯한 전북 서해 권역으로 확장하는 일, 그것이 전북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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