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6·3 개헌투표' 무산…후반기 국회서 반드시 여야 합의 이뤄내야    

39년 만의 개헌 불발…안건 없는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39년 만의 개헌 불발…안건 없는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1987년 체제 이후 39년 만의 헌법 개정 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여야 6당이 추진했던 ‘6·3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표결 불참과 필리버스터 방침으로 맞섰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상정을 철회했다. 개헌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고, 비교적 합의 가능성이 높은 조항 중심으로 구성됐다.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균형발전 국가 의무 명시 등이 핵심이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엄 통제 장치를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안팎에서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논의 자체는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극한 대치였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합의 가능한 최소 개헌안”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둔 졸속 개헌”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여야는 서로를 향해 ‘개헌 기회를 걷어찼다’, ‘독재 개헌 시도’라고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개헌은 원래 어렵다. 헌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운영의 틀을 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숫자로 밀어붙여서도 안 되고, 반대로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무조건 막아서도 안 된다. 헌법은 다수당의 전리품도, 소수당의 저지 수단도 아니다.
 
이번 무산 과정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정치의 실종이다.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 자체는 인정해왔다. 현행 헌법이 1987년 군사정권 종식과 직선제 개헌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 이후 대통령 권한 집중과 진영 대립 구조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편 요구가 누적돼왔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는 개헌의 내용보다 정쟁의 방식에 더 몰두했다.
 
국민 역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개헌 필요성을 말해왔지만, 실제 국회에 들어가면 번번이 충돌과 무산만 반복됐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개헌 추진도 실패했고, 이후에도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 개편 논의는 번번이 멈춰 섰다. 이번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하지만 여기서 개헌 논의 자체를 접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무산은 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2대 국회 후반기에는 여야가 개헌특위를 다시 구성하고, 단계별 합의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당장 권력구조 전면 개편이 어렵다면, 계엄 통제 장치 강화나 지방분권, 국민 기본권 확대 등 비교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부터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개헌을 특정 진영의 정치 전략으로 활용하는 순간 합의는 불가능해진다. 여당은 숫자 우위를 앞세운 일방 처리를 경계해야 하고,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헌법은 정권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동시에 더 책임 있게 접근해야 한다.
 
개헌은 어느 한 정당의 승패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지금의 극단적 대립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번 무산을 또 하나의 정치 공방으로 흘려보낸다면, 국민은 다시 국회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여야는 22대 국회 후반기에서만큼은 반드시 협상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그것이 39년 체제를 넘어서는 정치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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