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 "영세화, 노후화, 양극화에 中企 도산…고위·저위 기업에 생산적금융 늘려야"

  • "기업 평균수명 10년으로 축소…노후 산업단지·인력이 문제"

  • "중고위·중저위 기업에 은행 자금 포진…비재무적 역량 판단해야"

  • "60년 전 기업은행 탄생은 포용금융의 시작…싱크탱크로서 방향성 제시할 것"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최근 고환율·고유가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조달 비용 상승으로 마진은 줄고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양극화의 하강연쇄'를 꼽았다. 글로벌 진영 간 갈등은 국내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산업 단계의 불균형은 기업 간 회복 탄력성 양극화를 야기하고 이는 곧 개별 국민의 생계로 이어진다는 것이 서 소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생존 운명이 곧 은행의 운명"이라며 "은행권이 재무제표 너머의 가치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부담 요인은 무엇인가.
"환율과 유가 상승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원래도 낮은 마진율이 더욱 압박받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은행 대출 연체로 이어진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좀비기업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고 올해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영세화, 노후화, 양극화 등 3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영세화부터 보면 대기업은 수출 중심인 반면 중소기업은 내수에 의존하는 구조다. 자생력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기업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100년 장수기업의 평균 수명이 최근엔 10년으로 줄었다. 노후화도 심각하다. 1960년대 후반에 조성된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가 이제 50~60년이 됐다. 공실이 높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연령도 60세 이상으로 고령화됐지만 가업 승계와 업종 전환 모두 쉽지 않고 젊은 인력 유입도 끊겼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악화하며 기업 대출이 우량, 첨단업종에 몰리는 자금조달의 양극화 현상 역시 중소기업 도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들의 건전성 회복은 어려울까.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시기에 정부 정책 지원으로 2~3년가량 부실이 지연됐다가 2022년부터 연체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중동발 전쟁과 관세 정책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장기화 시 건전성, 연체율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해야 기업에 도움이 되고 은행도 건전성을 지킬 수 있을까.
"기업을 기술 수준별로 보게 되면 고위·중고위·중저위·저위 4단계로 분류된다. 현재 은행 자금은 주로 중고위·중저위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 구간의 기업 생태계가 가장 크고 부동산, 공장 담보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위 생태계에는 기술 중심의 기업이 상당히 많고 저위는 섬유, 의류 등 하향세의 기업이 포진돼 있다. 어느 부문에 자금이 몰리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유도하는 것이 IBK경제연구소의 역할이다. 자금이 잘 공급되는 중고위·중저위 부분에도 리스크를 적절히 헤지할 수 있는 지원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 중소기업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 시너지가 커질까. 
"기업대출을 할 때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함께 해야 한다. 포용금융의 범위를 좁게 보면 영세 서민의 신용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신용등급이나 경기 요인으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 즉 이자 감당이 한시적으로 힘든 기업들도 충분히 포용금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다양한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고려해 지원 체계를 설계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금융권은 재무등급이 낮더라도 비재무적인 기술성이나 최고경영자(CEO)의 역량 등을 판단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것이 금융 공급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 비전을 갖고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업종 전환 등 미래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먼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컨설팅을 요구하고 거기에 금융이 붙어 지속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생산적 금융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어떤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나. 
"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 당시 대기업 금융만 지원하다가 중소기업 지원 필요성에 따라 지금의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탄생 자체가 포용금융의 시작이었다. 60여년 전 포용금융 대상이던 중소기업은 이제 생산적 금융 주체로 성장해 있고 나머지 일부는 여전히 포용해야 할 대상으로 남았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기업은행의 핵심 과제다."

-기업은행만의 차별화된 지원책은. 
"기업은행은 가장 큰 기업 컨설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무료로 경영 진단을 해주고 정책 자금도 연결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 운명이 곧 은행의 운명이라는 신념 아래 비금융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장 기업이면서 중소기업 금융을 전담하고 그 수익을 다시 중소기업에 환원하는 모델은 기업은행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전망하나.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1.9%로 글로벌 평균(3.1%)에 못 미친다. 여러 연구기관이 공통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가 에너지 공급망과 연관성이 높은 석탄 및 석유제품, 전력, 화학제품, 비금속 광물, 운수·창고 등 5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해당 업종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일제히 감소했고 감소폭도 전체 업종 평균보다 컸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회복은 일부 강한 기업의 성과에 기대기보다 기업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나 수출 교역량으로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다만 노동 이슈 등 기업경영 효율 측면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구다.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인적자본의 공급원 자체가 저출생으로 막혀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탄력·유연 근무제 도입, 외국인 인력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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