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뷰] 빅테크 CTO들, 직함 떼고 엔지니어로 유턴...'앤트로픽행 러시' 이유는

  • 인스타·유닷컴 등 CTO 다시 개발자로

  • 기술 엘리트 집결하는 'AI판 월가 현상'

  • 앤트로픽 기업가치 급등도 영향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빅테크에서 사업과 기술을 총괄하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잇따라 직함을 내려놓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의 ‘개인 기여자(IC·Individual Contributor)’, 즉 평사원급 엔지니어로 합류하고 있다. 한때 성공한 개발자의 종착역으로 여겨졌던 최고경영진의 명예를 뒤로하고 다시 코딩 키보드 앞에 앉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를 두고 AI 시대 권력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 개발자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빅테크 CTO들의 ‘앤트로픽행 러시’가 화제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Workday)의 CTO였던 피터 베일리스는 지난달 앤트로픽에 합류했고, AI 검색 스타트업 유닷컴(You.com)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브라이언 맥캔 역시 올해 초 앤트로픽 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겼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이자 전 CTO인 마이크 크리거의 행보는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지난해 앤트로픽 최고제품책임자(CPO)로 합류했으나, 올해 초 스스로 내부 연구 조직 ‘랩스’로 자리를 옮겨 일선 기술 업무에 다시 뛰어들었다. 이 밖에도 박스(Box), 슈퍼닷컴(Super.com), 어뎁트(Adept) 등 주요 테크 기업의 CTO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앤트로픽으로 향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이직 이상의 의미로 읽힌다.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CTO는 엔지니어들의 최종 커리어 목표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을 얼마나 많이 관리하느냐보다, 핵심 AI 모델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슈퍼닷컴 전 CTO이자 현재 앤트로픽에서 일하는 헨리 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직 이유에 대해 “만약 범용인공지능(AGI)이 2027~2028년에 실현된다면 최전선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며 “설령 AGI가 오지 않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판 월가 현상’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과거 금융 엘리트들이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으로 모여들었듯, 최고의 인재들이 가장 거대한 자본과 기술이 응집된 프런티어 AI 연구소로 집결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 산업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들 연구소가 새로운 권력의 심장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이상주의적 동기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통적인 기업의 CTO는 조직 운영, 인력 관리, 기술 부채 해결 등 ‘관리적 업무’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반면 AI 연구소에서는 소수 정예 인력이 모델 개발에 직접 참여해 전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조직의 규모가 곧 권력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모델을 다룰 수 있는지가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상위 엔지니어 한 명과 강력한 AI 모델의 조합이 과거 수백 명 조직의 생산성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앤트로픽의 기업가치 급등 역시 인재 이동을 부추기는 현실적인 요인이다. 최근 앤트로픽은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최대 9000억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핵심 연구 인력에게 제공되는 스톡옵션의 가치가 기존 유니콘 기업 CTO의 보상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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