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4일 만 20~64세 부부가구를 대상으로 한국노동패널 27차 시간사용 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녀가 있는 가구는 부부 단독 가구보다 유급·무급노동, 통근 등 의무시간이 49분 더 길고 재량시간은 41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급노동 증가로 의무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연구원은 하루 24시간을 필수시간(수면·개인관리), 의무시간, 재량시간으로 나눠 재량시간·여가·수면을 기준으로 시간빈곤을 측정했다.
이 같은 시간 압박은 자녀 연령이 낮을수록 더 심화됐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의 경우 재량시간 빈곤율은 35.3%, 여가·사회관계시간 빈곤율은 23.9%, 수면 부족은 26.6%로 전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가사와 육아 부담이 겹치면서 시간 여유가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맞벌이와 미취학 자녀가 결합된 가구에서는 시간빈곤이 극단적으로 심화됐다. 해당 가구의 재량시간 빈곤율은 51.1%로 절반을 넘어섰고 여가·사회관계시간 빈곤율은 36.6%, 수면 부족은 30.5%에 달했다. 사실상 두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현상 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돌봄 집중기와 맞벌이가 결합할 때 선택 가능한 시간이 급격히 압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성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에서는 여성의 무급노동 부담이 남성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재량시간과 여가시간이 더 크게 제약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미취학 자녀를 둔 맞벌이 여성의 재량시간 빈곤율은 64.7%, 여가·사회관계시간 빈곤율은 50.5%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동일한 맞벌이 구조에서도 돌봄과 가사 부담이 여성에게 더 집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또 시간 부족의 양상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수면 부족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여성은 재량시간과 여가시간이 동시에 부족한 '중첩 빈곤' 형태가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회복과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제약받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간빈곤이 특정 생애주기와 가구 형태에 집중되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 위원은 "미취학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를 핵심 지원 대상으로 설정하고 돌봄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해 근로시간 유연화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남성의 돌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시간 부담의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