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중간평가가 아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의 행정 방향과 예산 우선순위, 산업 전략, 복지 체계, 교육 환경을 결정하는 선거다. 중앙정치의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주민의 삶은 결국 시청과 군청, 도청과 교육청에서 구체화된다.
이런 시점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의 말은 특별한 무게를 갖는다. 그는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와 관선 군수와 충주시장, 민선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3선을 지냈다. 선거로만 따지면 8전 8승이다. 한 번도 선거에서 패하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중앙과 지방, 입법과 행정, 현장과 제도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 전 지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일로서 승부하라”는 것이다. 유권자 앞에 자주 나타나 표를 구걸하기보다, 일을 열심히 해서 표가 스스로 오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진실이 최대의 무기”라는 것이다. 진실은 늦게 가는 듯 보이지만 오래가고 결국 힘을 갖는다는 믿음이다. 셋째는 “지나친 과욕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행정이든 정치든 욕심이 지나치면 판단이 흐려진다고 했다.
이 말은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직접 던지는 조언처럼 들린다. 이번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흐를수록 지역 후보들은 더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내 지역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농촌과 중소도시의 의료·교육·교통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앞에서 지방정부는 어떤 권한과 재원을 가져야 하는가.
다음은 이시종 전 충북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6월 3일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방행정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
“지방선거는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보면 지방선거가 자꾸 중앙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앙의 정쟁이 그대로 지역에 내려오고, 지역 후보들도 자기 지역의 문제보다 중앙의 구호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저는 그것이 지방자치의 본래 뜻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제가 선거를 여러 번 치렀지만, 결국 주민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일이다. 시장을 할 때도, 국회의원을 할 때도, 도지사를 할 때도 제 모토는 늘 ‘일로서 승부하자’였다. 사람들 앞에 자주 나타나서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표가 안 온다고 생각했다. 표를 구걸하기보다 일을 열심히 해서 표가 스스로 오도록 해야 한다.”
이 전 지사는 선거를 ‘홍보의 경쟁’보다 ‘신뢰의 축적’으로 봤다. 선거운동 기간의 말과 구호만으로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후보의 중앙정치적 입장도 보지만, 더 가까이에서는 그 후보가 지역의 삶을 바꿀 능력이 있는지를 본다. 도로 하나, 병원 하나, 학교 하나, 산업단지 하나가 주민에게는 거대한 담론보다 더 현실적인 정치다.
그는 “진실이 최대의 무기”라고 했다. 정치에서 진실은 때로 늦게 평가받는다. 하지만 오래가는 힘은 결국 진실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지방선거 후보가 당장 박수받기 좋은 공약만 던지고 재원과 권한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주민은 시간이 지나 그것을 알아차린다. 반대로 당장은 덜 화려해 보여도 실현 가능한 정책을 꾸준히 설명하는 후보는 시간이 갈수록 신뢰를 얻는다.
“8전 8승의 비결은 표를 구걸하지 않은 것”
- 지사님은 8차례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대목이다. 8전 8승의 비결을 꼽는다면.
“비결까지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제가 8전 8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북도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굳이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일로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시장 하는 동안, 국회의원 하는 동안, 도지사 하는 동안 항상 그 모토를 갖고 있었다. 일 말고 사람들 앞에 자주 나타나서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표가 안 온다고 생각했다. 표를 구걸하기보다 일을 열심히 해서 표가 스스로 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진실이 최대의 무기라는 생각이다. 늦지만 그래도 그것이 오래가고 영원히 갈 수 있다. 세 번째는 지나친 과욕은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행정을 하든 정치를 하든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면 판단이 흐려지기 쉽다. 지나친 과욕은 삼갔으면 좋겠다.”
이 대목은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들은 더 많이 움직이고, 더 크게 말하고, 더 많은 공약을 내놓으려 한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오히려 과욕을 경계했다.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후보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당장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후보가 더 책임 있는 후보라는 뜻이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유권자와 후보의 거리가 가깝다. 주민들은 후보의 말투와 태도, 공약의 실현 가능성, 과거 행정 경험을 더 직접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 ‘일’은 가장 강한 선거운동이다. 이 전 지사의 8전 8승은 선거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누적된 행정 성과의 승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기 때 단체장은 결정을 피하면 안 된다”
- 충주시장 재임 시절 큰 홍수 때 주민 대피령을 내려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았다는 일화가 있다. 단체장에게 필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1990년도 대홍수 때 이야기다. 충주시 상류에는 충주댐이 있고, 충주시 밑에는 조정지댐이 있었다. 그 중간에 충주 시내가 있었다. 강원도 지역에 비가 워낙 많이 내려 물이 쏟아졌다. 언제쯤 충주 시내 제방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도에 물어봐도, 중앙정부에 물어봐도, 청와대에 물어봐도 언제 제방이 터질지, 터지면 인명피해가 얼마나 날지 누구도 답을 못 했다.
제가 혼자 고민하다가 저녁 8시쯤 ‘이러다 잘못하면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그때 주민대피령을 내린다는 것은 행정에서 흔한 일이 아니었다. 강가 쪽 5개 동 주민들을 강제로 대피시켰다. 주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난리였다.
그런데 대피시키고 두어 시간 뒤에 충주의 제방둑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제가 대피를 안 시켰으면 피해가 천 명 이상이었을 수도 있고, 사망자도 수백 명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뽑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결정을 맡기는 일이다. 평상시 단체장은 예산을 나누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위기 때 단체장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거나 상급기관의 지시만 기다리는 단체장은 지역을 지킬 수 없다.
이 전 지사의 홍수 대피령 일화는 지방행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청기관이 아니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임 기관이다. 재난은 중앙의 보고 체계보다 빨리 닥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지시가 아니라 단체장의 판단과 책임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후보의 이념이나 정당 구호만이 아니라 위기관리 능력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는 선거만 지방이 하고, 권한과 재원은 중앙이 쥐고 있다”
-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모두 경험했다. 중앙정치와 지방행정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상하관계가 형성돼 있다. 모든 권한과 재원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117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규정 제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법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뿐 아니라 대통령령, 부령, 지침, 예규, 고시 같은 중앙정부의 여러 규정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지방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많지 않다.
오늘의 지방자치는 선거만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다는 것뿐이지, 권한과 재원은 전부 중앙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에 많은 권한을 내려보낸다고 말하지만, 새로운 법을 만들어 지방에 부담을 주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지방대 육성법을 만들면서 지방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 의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넣었다. 그런데 지방대학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권한은 거의 없다. 권한은 없는데 재원 부담은 지는 구조다. 소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바꿨을 때도 마찬가지다. 국가공무원이면 국가가 인건비를 대는 것이 당연한데, 지방이 돈만 부담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점에서 지방행정은 굉장히 어렵다.”
이 전 지사의 지적은 지방선거의 구조적 한계를 찌른다. 주민들은 시장과 도지사를 뽑지만, 정작 그 시장과 도지사가 쓸 수 있는 권한과 재원은 중앙의 법령과 예산 구조에 묶여 있다.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 발전을 약속하지만, 당선 뒤에는 중앙부처와 국회, 기획재정부의 벽 앞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누가 시장이 될 것인가”가 아니다. “그 시장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지방자치가 주민 직선제만으로 완성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전 지사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권한과 재원의 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충북을 만년 2%에서 4%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 충북지사 재임 12년 동안 투자 유치와 산업 육성 성과가 컸다. 당시 충북 발전 전략을 설명해 달라.
“제가 2010년부터 도지사를 12년 동안 했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도정을 이끌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 충북은 만년 2%였다. 전국 대비 경제나 인구 여러 측면에서 열악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저는 2%대 충북을 4%대까지 올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12년 동안 바이오산업, 화장품산업, 태양광에너지, 반도체 쪽을 많이 육성했다. 그 결과 12년 동안 GRDP가 2009년보다 70% 늘어났고, 수출은 300% 늘어났다. 투자유치는 100조원이 넘었다. 전국 대비 경제 비중도 2009년 2.99%에서 2021년 3.7%까지 올라갔다. 상당한 성장이라고 본다.”
이 전 지사의 충북 도정은 지방정부가 산업전략을 가질 때 지역의 체질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충북은 바다가 없고 수도권도 아니며 전통적으로 강한 대도시권을 가진 지역도 아니다. 그런 충북이 바이오, 화장품, 태양광,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잡고 기업을 끌어들인 것은 지방정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는 한화큐셀 유치 과정도 소개했다. 충북에 대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안에
인허가와 공장 건설을 끝내야 했다. 상대 회사 측은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충북도지사가 1000억원의 위약금을 물라는 각서를 요구했다. 이 전 지사는 고민 끝에 각서를 썼고, 결국 공장을 기한 안에 완성했다. 이 경험은 지방행정이 때로 얼마나 과감한 책임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지역경제를 말할 때 필요한 것도 이런 구체성이다. 기업 유치를 하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 어떤 땅과 인프라를 준비할 것인지, 인허가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지역 대학과 인재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결국 지역 산업전략의 경쟁이어야 한다.
“강호축은 지방소멸을 막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다”
- 지사님 재임 시절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강호축 발전 전략이었다. 지금도 의미가 있다고 보나.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부축 위주로 개발됐다. 강원에서 충청을 거쳐 호남으로 연결되는 강호축은 거의 개발도 안 되고 국가 프로젝트도 없어서 소외됐던 지역이다. 경부축에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공항이 집중됐지만 강호축은 연결이 부족했다.
너무 불균형이었다. 산업과 경제 측면에서 경부축이 80% 정도라면 강호축은 20%에 해당된다. 그래서 강호축 개발을 주장했다. 철도와 고속도로를 연결하고, 관련 8개 시도와 함께 제4차 국가균형발전계획에 반영시켰다. 다만 성공하려면 강호축 특별법이 필요하다. 제가 지사를 그만두면서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강호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소멸은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 충청, 호남을 잇는 새로운 발전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수도권과 경부축 중심의 국토 구조는 더 굳어진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자기 지역의 공약을 넘어 인접 지역과 연결되는 광역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 전 지사의 강호축 구상은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국토의 힘을 한쪽에 몰아넣지 않겠다는 국가운영 철학이다. 지방선거가 지역이기주의의 경쟁으로 흐르면 균형발전은 어렵다. 반대로 지역 간 연대와 연결의 구상으로 확장될 때 지방선거는 국가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충북에 바다를 달라…중앙정부 설득은 논리가 생명이다”
- 지역 발전을 추진하려면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 논리를 잘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가 도지사를 하면서 청주에 해양과학관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다들 ‘바다도 없는 충북에 무슨 해양이냐’고 했다. 그때 제가 ‘충북의 바다를 달라. 충북도는 바다를 가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충북에 바다를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이 발전하려면 바닷가에 있는 사람보다 내륙 지방 사람들에게 해양 의식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해서 1000억원 규모의 해양과학관을 유치했다.
중부내륙철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충주, 문경, 김천으로 가는 철도를 만들자고 했다. 처음에는 큰 공장도 없는데 무슨 철도냐는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길을 복원하자는 논리 등을 제시했고, 결국 철도가 개통됐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따오겠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제 행정에서는 논리가 있어야 예산이 온다. 지역에 무엇이 부족한지, 왜 국가가 그 지역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 투자가 국가 전체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전 지사가 말한 “충북의 바다”는 좋은 정치 언어의 사례다. 바다가 없는 충북에 해양과학관을 세우자는 주장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륙 주민에게도 해양 교육과 해양 의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바꾸자 정책 명분이 생겼다. 지방선거 후보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설득의 언어다. 지역민에게는 꿈을 주고, 중앙정부에는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인구 중심 단원제 국회”
-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다. 근본 원인을 어디서 찾나.
“수도권 집중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다 보니 자원도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자원이 집중되니까 인구가 더 집중되는 악순환이라고 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구 중심의 국회 단원제가 구성돼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본다.
제헌국회 때는 수도권 국회의원 수가 19.5%, 비수도권이 80.5%였다. 그런데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면서 22대 국회에 와서는 수도권이 크게 늘었다.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실제 수도권 국회의원 수가 비수도권보다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비수도권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되기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는 국회의원이 3명이고 충북 괴산군은 국회의원이 4분의 1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인구로는 강남구가 많을 수 있지만 면적으로 보면 괴산군이 훨씬 넓다. 홍수, 산불, 멧돼지 관리, 농작물 등 행정 수요가 많다. 그런데 국회의원 수를 인구 위주로만 책정하다 보니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국회 양원제, 즉 상원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이 발언은 지방선거를 넘어 국가 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하면서도 국회 구조가 인구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정치적 대표성도 약해진다. 대표성이 줄면 예산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그것이 다시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집중을 말하는 후보들은 많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그 원인을 국토 구조와 정치 대표성의 문제까지 끌고 간다. 지방소멸은 지역경제 문제이면서 동시에 헌정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대표 상원제가 있어야 지방의 목소리가 국가에 반영된다”
- 지사님은 최근 권력구조 개편과 국회 양원제, 지역대표 상원제를 강조하고 있다. 왜 필요한가.
“도지사를 그만두고 헌정회에 나가서 시도지사 경험을 오래 했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서 특히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표 상원제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권력 구조를 분산시키자는 개념이다.
현재 정치권의 정쟁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상대방을 완전히 적으로 본다. 아무리 싸워도 국회 임기는 보장된다. 대통령 탄핵도 국회에서 발의할 수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13분 중 10분이 유고라고 볼 수 있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극심한 정쟁을 말릴 수단이 없다. 내각불신임제도 없고, 의회해산제도 없다. 미국처럼 상원이 대통령과 하원을 조정하는 구조도 없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에서 발의하면 헌법재판소로 간다. 이런 구조에서는 권력구조를 빨리 개편하지 않으면 정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전 지사는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을 세 가지 분산으로 설명했다. 대통령 권력의 분산, 국회 권력의 분산, 중앙정부 권력의 지방 분산이다. 그리고 그 공통의 수단이 지역대표 상원제라고 봤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상원이 견제하고, 단원제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서로 견제하게 하며, 지방의 목소리를 국가 의사결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그는 “국민대표는 현재 단원제 국회가 맡고 있지만, 영토 개념을 대변하는 국회가 없다”고 했다. 인구가 많은 곳의 목소리만 커지는 구조로는 국토 전체의 균형을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지방선거가 지방정부의 책임자를 뽑는 선거라면, 지역대표 상원제는 지방의 목소리를 국가 시스템에 넣는 제도적 장치다.
“국회의원 늘리자는 게 아니다…총량 불변으로도 가능하다”
- 양원제를 말하면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더 늘리자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런 정서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저는 총량 불변의 법칙을 주장한다. 현재 국회의원 수가 300명인데, 이 300명을 가지고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또는 현재 300명이 쓰는 예산 총액을 가지고 상원까지 포함해 나누는 방법도 있다. 총 인원을 불변으로 하든지, 총액을 불변으로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에서 무슨 양원제냐는 말도 있지만, 인구로도 세계적으로 작은 나라가 아니고 경제력으로도 큰 나라다. 작은 나라에서 무슨 양원제냐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9차 개헌이 대통령 직선제를 내세웠다면, 앞으로 10차 개헌은 국회 양원제 개헌을 내세우면 좋겠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지사는 양원제를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연결하지도 않았다. “충북 상원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임명직 공무원 23년, 선출직 공무원 27~28년 등 모두 51년가량 공직생활을 했고, 국가의 녹을 많이 먹었으니 그 신세를 갚는 차원에서 권력구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지방선거 이후 한국 정치가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지만, 선거 뒤에는 지방분권과 권력구조 개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단체장을 뽑고도 지방정부가 중앙의 지침과 예산에 묶여 있다면 지방자치의 실질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옳고 그름보다 많고 적음의 현실을 인정하는 일”
- 한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보나.
“정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판사의 일이다. 정치는 많고 적음의 현실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타협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선거에서 60%의 승자가 권력을 100% 행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60% 승자는 40% 패자의 몫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때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타협이다. 반대로 40% 패자도 60% 승자에게 일단 승복해야 한다. 승복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 대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권력이라도 40% 패자를 인정해 줘야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다. 많고 적은 현실을 상호 인정해 주는 타협 정신이 가장 필요하다.”
6·3 지방선거에도 이 말은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승자독식의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지역의 절반 가까운 주민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면, 당선자는 그 목소리도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방행정은 국회처럼 매일 정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쓰레기 처리, 버스 노선, 학교 급식, 산업단지, 재난 대응, 병원 유치 같은 생활 행정은 승자와 패자를 나눠 처리할 수 없다.
이 전 지사의 정치론은 중도와 타협의 행정론으로 이어진다. 그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과 임시정부 수
반을 모두 모신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픈 역사도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고 했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반대한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역사로 남기는 것이 옳다고 봤다. 지방행정에서도 이런 균형감각은 중요하다. 단체장은 자기 지지층만의 시장이나 도지사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 기초가 튼튼한 나라,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
-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우리 국민들과 정치인들에게 꼭 건의드리고 싶은 것은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본은 국가의 정체성일 수도 있고, 질서와 공동체 의식일 수도 있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초가 튼튼한 나라다. 교육, 학문, 과학, 산업, 문화에서도 기초가 튼튼할 때 오래간다. 세 번째는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다. 지금 당장보다는 1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 기초가 튼튼한 나라,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가 되도록 정치인들이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방선거 역시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다. 기본이 바로 선 지역인가. 행정의 원칙과 질서, 안전과 청렴이 살아 있는가. 기초가 튼튼한 지역인가. 교육과 돌봄, 의료와 교통, 산업과 문화의 토대가 있는가. 미래에 투자하는 지역인가. 청년과 아이들, 신산업과 기후위기, 지역대학과 첨단산업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전 지사의 말은 거창한 국가비전이면서 동시에 매우 구체적인 지방행정의 기준이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내놓아야 할 답도 여기에 있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지역의 10년, 100년을 보는 공약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는 지역의 미래를 말해야 한다”
이시종 전 지사의 인터뷰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지방자치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한다.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만의 장이 아니다. 지역의 행정 능력을 검증하는 선거이고, 지방소멸을 막을 전략을 고르는 선거이며,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묻는 선거다.
이 전 지사는 선거의 승리 비결을 화려한 구호에서 찾지 않았다. “일로서 승부하라.” “진실이 최대의 무기다.” “지나친 과욕을 경계하라.” 이 세 문장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새겨야 할 압축된 정치 교훈이다.
그는 충북지사 12년 동안 만년 2%대에 머물던 충북 경제를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바이오와 화장품, 태양광,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투자유치 100조원, 수출 300% 증가라는 성과를 말하면서도 그것을 개인의 치적으로만 포장하지 않았다. 지역이 살려면 전략산업이 있어야 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 하며, 때로는 단체장이 책임을 지고 결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더 큰 제도개혁으로 이어진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단체장 한 명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회가 인구 중심 단원제로만 운영되고, 지방의 권한과 재원이 중앙에 묶여 있는 한 지역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래서 그는 지역대표 상원제를 말한다. 지방의 대표성이 국가 의사결정 구조 안에 들어가야 진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물어야 할 것도 분명하다. 누가 더 큰 구호를 외치는가가 아니다. 누가 지역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누가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갖고 있는가. 누가 재난 앞에서 책임 있게 결단할 수 있는가. 누가 승자의 권한으로 패자의 목소리까지 품을 수 있는가. 누가 지역의 10년,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시종 전 지사의 8전 8승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그가 남긴 조언은 이번 선거의 현재형 질문이다. 지방선거는 표를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증명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 지역은 중앙정치의 하청 무대가 아니라 주민 삶의 최전선이다. 6월 3일 유권자의 선택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만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이 계속 중앙의 지시를 기다리는 행정 단위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를 가르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시종 전 충북지사]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중앙과 지방, 입법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대표적 행정가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관선 군수와 충주시장, 민선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3선을 지냈다. 선거로는 8전 8승의 기록을 남겼다. 충북지사 재임 기간에는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내세워 바이오, 화장품, 태양광,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고 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성장에 힘을 쏟았다. 퇴임 후에는 헌정회 활동을 통해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특히 지역대표 상원제와 국회 양원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정치·행정 철학은 “일로서 승부하라”, “진실이 최대의 무기다”, “지나친 과욕은 판단을 흐린다”는 말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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