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미연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 이사장 "K-배터리 초격차, 현장형 인재 생태계 구축에 달려"

  • "현장형 인재 없다"…K-배터리, 구조적 인력난 직면

  • "민간만으론 한계…국가 차원 인프라 지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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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 이사장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국면 속에서도 K-배터리 산업이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연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 이사장은 "K-배터리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결국 현장 중심 인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론형 인재가 아닌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기술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9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인력 미스매치'를 꼽았다. 이 이사장은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교육과 현장 간 괴리가 커 기업들이 신입 인력을 채용한 뒤 다시 교육해야 하는 경영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공정을 정확히 수행하는 인력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판단형 기술자'가 핵심 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현 교육 구조는 '이론 70, 실습 30'에 머물러 있지만 현장은 그 반대를 요구한다"며 "실습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력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산업 인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해 2032년에는 1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추가 전문 인력 5만4000여 명이 새롭게 산업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 관련 전공자와 실무 인력 배출 규모는 연간 수천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공정을 운영하고 수율을 관리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부문 고용 인구는 7600만명으로 2019년 대비 500만명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일자리는 한 해에만 약 80만개 늘어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다만 기업들은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IEA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 400개 이상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을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꼽았다. 

기업들은 채용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필요한 기술적 역량(Technical Skills)을 갖춘 후보자 부재' '경쟁 기업, 타 산업 분야와의 인재 확보 경쟁 심화'를 꼽았다.

이 이사장은 "해외 생산거점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장을 세팅하고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코어 엔지니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기술을 리딩할 수 있는 한국 엔지니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장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기술자'를 원한다"며 "배터리 상태를 분석하고 이상 데이터를 해석해 공정 개선까지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배터리 인재 양성은 글로벌 경쟁력과도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이 배터리 산업 규모나 성장 속도 측면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국은 정밀 공정과 품질, 안전 기준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단순 생산 인력이 아니라 고급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이사장의 문제의식은 협회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는 배터리·전기차 충전 분야를 중심으로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특히 배터리 성능평가사 등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인력 배출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협회를 사단법인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로 확대 개편하며 자격 체계에 대한 공신력 확보와 기술인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연 이사장은 임기 내 핵심 과제로 '기술인 표준화'를 꼽는다. 기업마다 다른 인재 기준을 통합해 진단·평가·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한 국가 표준 커리큘럼과 자격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이사장은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배터리 진단 장비나 안전 실습 시설은 민간이 단독으로 구축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며 "국가 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성능평가사와 같은 자격이 실제 채용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와 공신력 확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제조 현장의 인력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인력 격차가 확대되면서 숙련 기술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대학, 기업, 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연계형 교육 모델 구축을 통해 '교육→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과 경력 관리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산업의 신뢰는 사람에서 나온다"며 "훈련된 기술 인력이 현장에 충분히 존재할 때 산업 경쟁력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국가 차원의 교육 기준과 실습 인프라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협회도 현장형 인재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며 K-배터리 초격차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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