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관광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을 아우르는 전면적인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9월 열린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1970~1980년대 제정된 이후 현재 급변하는 환경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낡은 관광 법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광법제 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 40년 묵은 관광법제, 땜질식 처방 한계... 전면 재정비 시급
우리나라 관광법제는 6개 법률과 4개 시행령, 3개 시행규칙으로 구성돼 있다. 1970년대 관광진흥개발기금법과 관광기본법이 제정됐으며 1980~1990년대에는 관광진흥법과 한국관광공사법 등이 제정됐다.
법 제정 이후 부분 개정만 이뤄졌기 때문에 법체계가 방대하고 모호해져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대응에 한계가 명확한 만큼, 관광법제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문체부는 그간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관광법제 정비 방안 연구'를 바탕으로 관광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의 전부개정 및 분법을 포함한 체계적인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정책토론회 첫 번째 세션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광민 문광연 연구위원은 낡은 관광 법제도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짚었다. 관광기본법의 전면 개편이 추진되는 것은 1975년 제정 이후 약 50년 만이다.
정 연구위원은 "기존 기본법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선언적 성격에 그쳤다면 새 법은 '누가, 어떻게, 어떤 근거로 정책을 실행할 것인지'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약 187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1분기도 47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인바운드 관광객의 78.4%는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다"며 "수도권 편중으로 인해 지역 전체가 성장의 온기를 체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 관광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과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를 새 기본법에 확고히 담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개편안을 보면 현행 16개 조항으로 구성된 기본법은 총 5장, 27개 조항으로 대폭 확대된다. 개편의 핵심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관광의 이념과 핵심 가치 강화 △국가 및 지자체, 사업자의 역할과 책무 규정 △관광정책 추진 체계 정비 △관광 진흥과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 구체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책 추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 수립 및 추진 체계'의 정비다. 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관점의 뼈대를 세우기 위해 기존 5년 주기의 계획을 10년 단위의 '국가관광기본계획'으로 격상하고, 정책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된 '국가관광전략회의'의 법적 근거를 공고히 하는 방안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관광의 진흥과 촉진' 및 '관광산업 기반 조성'을 신설하며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정책들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했다. △국민의 관광 향유권 보장과 취약계층 관광 복지 지원을 명시 △재난 등에 대비한 관광 안전 확보 △관광객 권익 보호 △공정한 거래 질서 구축 조항 등을 새롭게 도입해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의 단단한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김진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까지의 관광 정책이 중앙정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중앙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콘셉트가 기본법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세션은 비대해진 '관광진흥법'을 기능별로 쪼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분법' 논의로 구성됐다. 발제를 맡은 류광훈 문광연 선임연구위원은 관광진흥법을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관광산업진흥법(가칭)'과 지방시대에 부합하는 '지역관광발전법(가칭)' 분리를 제시했다.
류 연구위원은 먼저 관광산업진흥법과 관련해 "전통적인 7대 업종 중심의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 AI, 플랫폼 등 디지털 전환을 적극 수용하는 '서비스 속성 기반'의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AI 기술 기반 산업 생태계 확장 지원 △관광 데이터 확보 및 활용 촉진 △창업 및 투자 금융 지원 등 산업 기반 전반의 육성 체계 구축 △변화하는 거래 환경에 맞춰 소비자 권익 보호 장치 강화다. 특히 카지노업과 숙박업은 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의 개별법으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어 지역관광발전법에 대해서는 기존 개발 위주의 관점을 지역 사회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이끌 수 있도록 지역 관광 전담 조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광 숙박세나 객실세 등 지역 재정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 검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규모·분산형 개발을 위한 과감한 규제 특례와 원스톱 의제 체계 도입도 제안했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국내 관광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오랜 기간 3%대에 갇혀 있다. 이를 10%까지 끌어올리려면 아날로그 산업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글로벌 서비스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혁신 기업을 키워내는 미래 세대 중심의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 토론에서는 △특수 언어권 관광 통역 안내사 수급 부족 문제 △중소 관광 벤처 기업의 명확한 법적 지위 및 인증 기준 마련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 규제 패스트트랙 도입 △지역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을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
강정원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관광 법제 개편은 단순히 두꺼운 법전을 수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3000만 관광 시대를 열고 현시대의 다양한 업종 테두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새로운 틀을 짜는 지난한 작업"이라며 "오늘 현장에서 내어주신 귀한 의견들을 꼼꼼히 보완해 올 하반기 국회 발의를 통해 입법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모든 의지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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