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위기감에… 中 석탄 역할 재부각

  • '에너지 안보·저탄소 전환' 집체학습 주재

  • 전력 수요↑·재생에너지 변동성·이란전쟁

  • 전력망 안정판 수단…석탄 역할 재정립

  • 脫탄소 속도 조절…탄소 감축 목표 부담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사진연합뉴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에너지 정책에서 석탄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중동 정세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탈(脫) 석탄'을 내세워 온 중국이 석탄을 전력망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안전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중국 국무원 회의에서도 확인된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은 전날 ‘에너지 안보와 녹색 저탄소 전환의 조화를 통한 신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 가속화’를 주제로 제19차 집체 학습을 진행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는 에너지 강국 건설의 핵심 기반”이라며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에너지 소비 증가를 감안해 위기 의식을 유지하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에너지 체계의 회복력과 안전 보장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은 에너지 구조 최적화"라며 에너지 기술 혁신을 강화하고 신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며 에너지 생산 및 소비의 저탄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북부 풍력·태양광, 서남부 수력, 동부 연해 해상풍력 등 대형 청정에너지 기지 건설을 확대하는 한편, 분산형 태양광·풍력과 바이오매스·지열·해양에너지의 지역별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석탄의 역할 변화도 분명히 했다. 리 총리는 "화석 에너지의 청정·고효율 이용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기존 석탄 화력 발전소의 효율 개선 및 탄소 저감 개조를 가속화하고, 석탄 화력이 단순한 기저 전력 공급원이 아니라 전력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는 유연한 전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탈(脫)석탄화'를 외쳐온 중국은 그동안 2030년 탄소배출 정점(탄소피크),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왔다. 실제로 풍력과 태양광 설비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23억3400만kW로 늘어나 전체 전력 설비의 약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설비 용량 증가 속도를 웃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력 소비는 10조4000억kWh를 넘어섰고, 이는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해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발발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석탄 감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렸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석탄은 다시 전력 시스템의 핵심 안정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석탄 생산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량은 48억5000만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석탄 중심으로의 회귀라기보다는 에너지 시스템내에서 석탄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중국의 에너지 정책 초점이 ‘발전량 확대’에서 ‘전력망 안정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며, 석탄이 기존의 기저부하 전원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유연한 조정 전원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가 단기적 에너지 안보 강화를 이유로 건설이 쉽고 비용이 낮은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장기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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