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 측을 상대로 이사회 우위 구도를 이어간 가운데 최 회장의 우호 금융자본(FI)이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에서 국내 금융사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 바뀌었다. 향후 이어질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측 간 우호 세력 확보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외국인이 고려아연 주식 5100억원어치를 매도하고 국내 법인이 고려아연 주식을 비슷한 규모로 사들였다. 업계에선 베인캐피털이 쥐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 2% 내외를 메리츠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가 계열사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를 지원하기 위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1.3%를 매각해 약 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메리츠가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된다. 메리츠 내부에선 해당 거래를 사실상 확정하고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메리츠는 고려아연 지분 3.4% 보유로 최 회장과 MBK·영풍 간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업계에선 메리츠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베인캐피털을 대신할 FI를 찾던 최 회장이 메리츠를 포섭하기 위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설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미·중 광물전쟁 속에 블루팀의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를 해소할 유력한 파트너로 떠오른 만큼 기업 가치가 더욱 상승할 여력이 있는 것도 거래가 성사된 배경 중 하나다.
최 회장 우호 세력 간에 지분 교환이 이뤄진 만큼 MBK·영풍 측 41.1% 대 최 회장과 우호 세력 측 38.2%라는 고려아연 지분율 구조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변수는 상반기 중 항소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아연 신주 발행 무효의 소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3년 현대차그룹 계열사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단행한 신주 발행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고 정관을 위반해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을 걸었다. 1심 법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관을 위반한 것은 맞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고려아연 전체 지분 중 5% 정도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은 무효화되고 MBK·영풍과 최 회장 측 지분 비율도 이에 맞춰 재조정된다. 최 회장으로선 현대차그룹에서 유입된 5000억원을 돌려줘야 하고, 현대차그룹도 현재 약 1조7000억원 가치가 있는 고려아연 지분의 현금화가 막히는 점에서 뼈아프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자사에 배정된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사임하고 MBK·영풍과 최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서 지속해서 중립을 지킨 만큼 양측 경영권 분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에선 향후 한화그룹이 쥐고 있는 고려아연 잔여 지분(6.7%)과 LG그룹이 LG화학을 통해 보유 중인 지분(2%)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22년 고려아연과 한화그룹 계열사(㈜한화,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즈)가 상호주를 보유하는 전략적 동맹(SI)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이후 2024년 고려아연이 김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에 보유 중인 ㈜한화 지분 7.25%를 매각하며 상호주 관계는 종료됐다.
한화그룹이 방산·항공·조선 사업 성장과 석유화학·태양광 사업 부진 해소를 위해 대규모 현금 확충이 필요한 만큼 조 단위 가치가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한층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학연 등으로 끈끈하게 얽힌 최 회장과 김 부회장 관계를 고려하면 조급히 지분을 처분하기보다 최 회장이 우호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고 매각에 나설 공산이 크다.
LG화학은 지난 주총에서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털의 주주제안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만큼 고려아연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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