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올해는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한 이후 열린 첫 번째 주주총회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일반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결과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확인시켜 주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주주총회의 첫 번째 특징은 정관변경 안건이 급증한 것이다. 주총 안건 중 코스피 200 기업은 40%, 코스닥 150 기업은 63%가 정관변경 안건으로 이 중 상당수는 개정된 상법을 반영하여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을 바꾸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늘리는 내용이 차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사의 수를 줄이고 시차임기제를 도입하고, 이사 임기를 특정하던 정관을 '몇 년 이내' 등 유연한 표현으로 바꾸었다. 이사 수는 전년 대비 2.6% 감소하였고 특히 사외이사는 4.3% 감소하였다. 이는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나 3% 룰을 우회하여 지배주주의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제도 개혁을 따르면서도 경영권을 놓지 않는 전형적인 방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사주 소각의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경영상 목적을 위한 자사주 활용 근거를 명시한 정관 개정을 통과시켰다. 향후 자사주 소각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2026년 주주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주주환원의 규모와 방식의 구조적 전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여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금융지주들은 총주주환원율을 40~50%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삼성전자는 약 14조원대의 자사주 소각과 함께 11조가 넘는 배당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는 2.1조의 배당을 지급하기로 하여 실적 대비 적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초래하였으나 약 14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여 이를 보완했다. 모회사인 SK㈜는 전체 지분의 20.3%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삼성물산 역시 4.6%를, 한화는 5.9%를 소각하는 등 대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이어졌다. 자사주 소각은 3월 말 현재 38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이미 증가했다. 기업들이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음에도 이와 같이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것은 정부 정책에 빠르게 부응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안정적인 ‘배당 연금’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반도체,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주주환원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에 있어 긍정적인 추세는 국내 상장사들이 지난해 결산 배당기준일을 12월에서 3~4월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상장사 결산 배당은 12월 말에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다음 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이 배당금 규모를 모른 채 투자해야 하는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2023년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기준일 지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했고, 이를 적용하려면 배당액 확정 이후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 2025년 이와 같이 정관을 개정한 상장사는 코스피 364개사, 코스닥 722개사로 집계되었고, 금년 2월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결산 배당기준일을 3월로 설정한 상장사는 135곳, 4월로 설정한 곳은 28곳으로 집계되어 제도 변화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작년에 이어 금년 주총에서도 주주행동주의의 활동은 활발했다. 주주 제안이 제기된 기업은 40개, 주주 제안의 수는 150건에 이르러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금년에는 주주권리를 직접 겨냥한 제안이 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한층 정교해졌으나 그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최종 상정된 54개 안건 중 가결된 것은 14.8%인 8건에 불과했다. 고려아연 관련 6건을 제외하면, 순수 행동주의 제안으로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은 안건은 단 2건이다. 주주행동주의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 기업들의 소유 구조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내부 주주 지분율의 평균은 코스피 기업은 49.34%, 코스닥은 39.93%에 이른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일반 주주들의 낮은 호응도가 결합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아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는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감사분리 선임의 3% 룰 적용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고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플랫폼이 가세하면서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주주 지분 3%를 확보하여 임시주총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3월 주총부터는 모든 의안에 대한 찬성·반대 주식 수 비율이 의무 공시되면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숫자로 드러나는 해이기도 했으나 그간 꾸준히 지속 되어온 주총 운영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였다. 올해도 3월 넷째·다섯째 주에 코스피 상장사의 약 86%, 코스닥 상장사의 약 94%의 주총이 집중되었고 26일에는 719개 기업, 31일에는 612개 기업이 주총을 개최하였다. 소집통지와 사업보고서는 총회 1~2주 전에야 공시됐고, 주주들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변함이 없었다. 전자주총의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가 용이해졌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제대로 안건을 검토하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 주식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의결권 전달을 위해 최소 6개의 단계를 거쳐야 하여 실제 안건 검토를 할 시간은 2~3일에 불과하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이 14개 기업에서 부결된 것은 특별결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인데 주총 참석과 안건 검토가 어려운 현 상황이 결합하여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상법 개정에 이은 후속 조처로서 적어도 주총 3주 전 전자공시를 의무화하고, 대부분의 상장사가 설정한 12월 의결권 기준을 단축하여 주총에서 실제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여 실질적인 주주 참여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린 2026년 주총은 단순한 제도 개혁만으로 소기의 성과가 달성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주총회 개선을 통한 진정한 개혁은 아직 미완의 과제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 전 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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