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영 칼럼] 육천피 이끈 '상법 개정', 지배구조 병폐 꼬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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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난 2월 25일 국회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는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유발한 주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일련의 상법 개정은 그동안 미루어져 왔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일거에 단행한 것으로 평가되며 코스피가 단숨에 6000을 돌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할 수 있다.

작년에 통과된 1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였으며 이사의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문구가 추가되었다. 개정 전까지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명확한 손실을 끼치지 않는 한 이사회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내려진 의사결정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이사회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주 전체의 이익을 얼마나 충실히 고려했는지가 중요한 법적 판단 기준이 된다. 이는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가 엄격하게 판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8월 통과된 2차 개정은 대규모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감사위원 최소 2인을 다른 이사 선임과 분리하여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경영진과 일반 주주 간의 힘의 균형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개정을 통해 일반 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향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통과된 상법 개정도 논란이 많았지만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 역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자사주란 회사가 이미 발행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사주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자사주가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효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자산설은 자사주를 회사가 보유한 하나의 자산으로 본다. 이는 회사가 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유가증권을 현금을 지출하고 취득한 것과 동일하게 자사주를 취급하는 것으로 회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산이라는 논리다. 이 관점에서는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활용될 수 있다. 즉, 자사주를 인수합병에서 교환 대가로 사용하거나,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제3자 매각 전략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자사주를 이렇게 활용해 왔다.

반면 미발행주식설은 자사주를 발행되지 않은 주식과 동일하게 본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순간, 그 주식은 의결권도 없고 배당권도 없으며, 사실상 권리가 정지되므로 자사주를 자산으로 보기보다 처음부터 발행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기존의 제도와 판례가 이 두 관점 사이에서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계적으로는 자사주를 자본 차감 항목으로 처리하고 의결권과 배당권은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법적·실무적으로는 자산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고 결과적으로 규제 차익을 허용해 온 것이다.

일반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을 강력히 요구해 온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그동안 이 규제 차익을 이용해 일반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며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순간 의결권이 되살아나는데 자사주의 제3자 매각은 신주 발행과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신주 발행에 적용되는 엄격한 절차적 통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경영진은 이러한 규제 차익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에게 자사주를 처분하여 손쉽게 우호 지분을 확대할 수 있었다.

흔히 자사주의 마법이라 불리는 기법은 자사주 관련 가장 논란이 많은 사안으로 이번 개정안을 촉발한 주 동인이라 할 수 있다. 자사주는 통상 ‘죽어 있는 주식’으로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기업이 인적분할을 하면서 신설 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게도 배정하고 그 결과 기존 회사는 신설 회사의 모회사가 되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배주주가 보유한 신설 회사 주식을 기존 회사 주식과 교환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지배주주는 자신의 자금을 한푼도 쓰지 않고 경영권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는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3차 상법 개정의 자사주 소각 원칙은 자사주를 사실상 미발행주식으로 취급하겠다는 정책적·법적 선언이며 향후 이러한 규제 차익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하여 지배주주의 지분을 확대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3차 상법 개정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자사주에 대한 규제 차익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조문 수정이 아니라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제도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는 창업자 가족이 지배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그동안 우리 경제가 성장·발전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의 제도와 관행은 이들 지배주주에게 폭넓은 재량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고도화되면서 더 이상 이와 같은 재량은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포함한 일반 주주의 권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으면서 자본시장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간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기저에 지배구조의 후진성이 자리 잡고 있었던 이유이다.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은 완결편이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을 정상화하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그간의 각종 편법과 마법, 전횡이 사라지고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고 원칙이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 전 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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