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S.G는 마트(M)·스낵(S)·그로서리(G) 등 유통업계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조미료(MSG)를 한 스푼 더해 기사 한 줄 뒤에 숨은 이유까지 맛있게 정리해드립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내일 저녁 가족식사 메뉴 준비해줘."
이 한마디로 장보기를 끝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검색창에 상품명을 하나씩 입력하고, 수십 개의 상품을 비교한 뒤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마치는 기존 쇼핑 방식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릭과 스크롤로 원하는 상품을 직접 찾아가는 대신 AI에게 조건을 말하면 추천부터 구매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이른바 '제로 클릭' 쇼핑이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간 온라인 쇼핑의 기본은 '클릭'이었습니다. 소비자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페이지를 넘기고 후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하며 상품을 골랐습니다. 클릭 수가 많을수록 탐색의 폭이 넓어졌고, 유통업체들은 이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많이 눌러보게 만드는 식으로 서비스를 설계해왔습니다.
하지만 AI가 검색과 추천, 요약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업 칸타에 따르면 변화는 이미 소비자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8%는 정보 검색 과정에서 검색 엔진을 생성형 AI로 대체했고, 3분의 1은 쇼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Z세대(1997∼2006년생)에서는 쇼핑 시 AI 활용 비중이 69%에 달했습니다. 즉 차세대 소비층일수록 검색과 탐색 주도권을 사람이 아닌 AI에 넘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곧 유통업계가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쇼핑의 출발점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습니다. 기존 키워드 검색 구조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죠. 다시 말해 차세대 소비층을 선점하지 못하면 검색 단계부터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유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고 AI 커머스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국내 유통사 중 AI 커머스 관련 제휴를 맺은 첫 사례입니다. 시작은 이마트입니다. 신세계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검색과 결제, 배송까지 이어지는 쇼핑 전 과정을 AI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내일 저녁 가족식사 메뉴를 준비해달라고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식재료와 상품 목록을 짜고, 이를 장바구니에 담은 뒤 결제와 예약 배송까지 이어주는 방식입니다. 기존 AI 추천 서비스가 소비자가 고를 만한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요청을 이해하고 실제 구매 행위까지 대신 수행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아울러 매장 방문 때 자동 주차 등록을 지원하거나, 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바탕으로 맞춤형 쇼핑 목록을 제안하는 기능도 포함됩니다.
현대백화점도 AI 커머스 도입에 나섰습니다.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를 카카오툴즈 파트너사로 합류시켜 카카오톡 채팅 안에서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내 ChatGPT를 통해 더현대 하이 툴을 추가하면 백화점이 보유한 브랜드·팝업스토어·식당가 정보 등을 바탕으로 AI가 적합한 답을 제시해줍니다. 향수를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물으면 추천 후보를 좁혀주는 식입니다. 백화점이 강점을 지닌 큐레이션 역량을 채팅형 AI와 결합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롯데온은 패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상황을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패션 AI를 선보였습니다. 봄 하객룩 원피스나 출근용 블라우스처럼 용도 중심의 요청뿐 아니라 화사한 색상의 가디건, 하늘하늘한 티셔츠 같은 감성적 표현도 인식해 결과를 제시해줍니다. 또 상품 추천에 그치지 않고 소재를 바탕으로 세탁법과 취급 방법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탐색 시간을 줄이고 구매 결정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셈입니다.
결국 유통업계 AI 경쟁은 추천 기술을 넘어 쇼핑 주도권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가 소비자 대신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고르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어느 플랫폼이 더 정확한 데이터와 더 촘촘한 서비스 연결망을 갖췄는지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유통업계가 AI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클릭의 시대가 저물고 대화형 쇼핑이 본격화할수록 유통업체 간 격차는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 판도는 누가 더 많은 상품을 보유했느냐보다 누가 소비자 질문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클릭으로 상품을 고르던 소비자가 AI와 대화하며 장을 보는 시대에 유통 주도권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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