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다음 회의인 5월 28일은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수정경제전망과 함께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물가에 전이되는 흐름을 반영해, 금리 경로를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3월에 물가의 방향은 바뀌었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면서 공업제품 가격도 2.7% 올라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 변화는 시차를 두고 확산된다. 시장이 주목하는 시점은 지금이 아니라 5월과 6월이다.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며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가격 전이’가 시작되는 구간이다.
이 흐름은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36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1분기 기준 역성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도 56곳에서 11곳으로 줄어들며 발행 이전 단계에서부터 시장이 얼어붙었다.
우량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AA급 이상 기업의 회사채 발행마저 어려워질 정도로 신용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까지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금리 부담을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금리는 등급별로 더 가파르게 벌어진다. BBB- 금리는 10%에 근접했고, 국고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는 0.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같은 1조원을 차환하더라도 연간 이자 부담이 약 60억원 늘어나는 구조다.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는 80조원을 넘고, 상당수가 6개월 내 집중돼 있다. 2분기 33조8925억원, 3분기 33조3045억원으로 이어진다. 금리는 오르고 수요는 줄어든 상황에서 차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압력은 업황이 취약한 산업에서 먼저 나타난다. 석유화학 업종은 원료 수급과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며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고, 신용등급이 A- 수준까지 내려온 기업은 추가 하락 시 조기 상환 트리거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 2차전지 업종 역시 수요 둔화로 투자 계획을 줄이며 회사채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모회사 차입이나 유상증자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자금 조달 경로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책 대응의 제약이다. 금리를 내리기에는 환율이 부담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 한 달 동안 39억달러 감소했고, 세계 순위도 12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환율 방어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오히려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 여기에 26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은 시장 금리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번 물가 상승은 수요가 아니라 유가에서 비롯된 공급 충격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직접적으로 억제하기보다 내수와 기업 자금 사정을 더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흐름은 가계에서도 이어진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1조3214억원에서 올해 2월 1조5001억원으로 6개월 만에 13.5% 증가했다. 감소세를 보이던 흐름이 다시 반전된 것이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로, 사실상 만기 연장에 가깝다. 잔액 증가 자체가 상환 능력 저하를 의미한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이동했고, 그 안에서 ‘돌려막기’ 구조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동시에 울리고 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물가는 금리를 자극하며, 회사채 시장은 빠르게 식고 있다. 그 압력은 기업에서 가계로 확산되는 중이다. 금리를 올릴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기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 어떤 준비와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과도한 불안 조성은 경계해야 하지만, 균열을 방치한 채 안심만 강조하는 대응 역시 위험하다.
초기에 균열의 전이 차단하지 못하면, 시장을 넘어 시스템으로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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