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과 가을, 전남의 신안, 무안, 영암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는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수만 송이의 꽃이 섬을 뒤덮고, 지역 특산물을 내세운 먹거리 장터에는 초대 가수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자체는 앞다투어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이를 성공적인 ‘지역 홍보’라 자평한다. 하지만 화려한 축제의 폭죽이 꺼진 뒤, 남겨진 지역의 풍경은 공허하기만 하다. 외지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거리에는 여전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하고, 병원 한 번 가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주민들의 고단한 일상만이 남는다.
최근 연합뉴스 칼럼을 비롯한 여러 비판적 시각이 지적하듯, 시·군 단위 지자체들이 관광 홍보에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은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깝다.
신안의 컬러 마케팅, 무안의 먹거리 축제, 영암의 역사 문화제는 분명 지역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인지도 상승이 곧 인구 유입이나 지역의 생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은 잠시 머물다 갈 뿐, 그곳에서 삶을 일구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오고 싶은 곳’이 아니라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곳’, 나아가 ‘내 삶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영암이나 신안처럼 광활한 면적을 가진 지역일수록 디지털 의료 서비스와 대중교통망 확충은 생존의 문제다. 축제장의 화려한 조명보다 마을 어귀를 비추는 가로등과 응급 시 달려올 수 있는 의료 체계가 주민들에게는 훨씬 절실하다. 인프라 구축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홍보 효과도 더디지만, 지역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이제 지자체는 ‘관광객 숫자’라는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소멸의 위기는 세련된 광고 카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있고, 내 몸 누일 집이 있으며, 아이를 키우고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주 여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지역을 선택한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낭비되는 예산을 멈추고, 주민의 삶을 지탱하는 인프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지방의 미래는 축제장에 오는 뜨내기 관광객의 발길이 아니라,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 결심을 하는 단 한 명의 주민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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