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위'의 굴욕…무너진 삼천당제약의 신화

  • 호재 예고 뒤 2500억 지분 매각·애널리스트 고소전…7일 만에 무너진 대장주

사진삼천당제약
[사진=삼천당제약]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1위와 '황제주' 자리를 동시에 거머쥐었던 삼천당제약의 신화가 불과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수년간 누적된 불투명한 공시 체계와 오너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1일 삼천당제약은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 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최종 입장'을 공지하고 자사 기술력에 의심을 제기한 iM증권과 해당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즉각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 측은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대해 금일 오전 중 즉각적인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며 "증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태의 발단은 한 블로거가 삼천당제약의 과거 계약 사례를 언급하며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iM증권 연구원이 "제네릭 등록을 위해 추가 임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iM증권 측은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을 뿐 관련 리포트를 배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쟁점 ①: 베일에 가려진 파트너사, '깜깜이 공시'가 부른 주가 조작 의혹
시장에서 제기하는 의구심의 핵심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삼천당제약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체결한 9건의 주요 독점 판매 및 공급계약 중 무려 5건의 파트너사를 비공개로 처리했다. 2022년 이탈리아 바이오시밀러부터 최근의 비만 치료제 계약까지, 시장은 '조 단위 매출'이라는 수치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그 실체를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삼천당제약 측은 10년간 15조원의 매출 전망이 계약서에 명시된 팩트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수익을 실현할 파트너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 무채혈 혈당측정기 등 화려한 발표 이후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들은 이러한 정보의 폐쇄성과 결합해 주가 조작 의혹을 키우는 핵심 원인이 됐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1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지난 2월 영업실적 전망 공정공시 미이행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하며 삼천당제의 공시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공식화했다.
 
쟁점 ②: 오너의 '2500억 엑시트', 700억 차익 실현 논란
신뢰 붕괴의 결정타는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지분 매각 타이밍과 방식이었다.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의 사위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윤 회장으로부터 지분 3.41%(79만9700주)를 수증하며 대주주가 됐다. 당시 증여 가액은 약 1803억원 규모였다.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이 중 26만5700주를 주당 94만1000원에 처분하겠다고 예고 공시했다. 총 2500억원 규모다. 이 과정에서 전 대표는 약 7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 연부연납(분할 납부) 대신 일시 매각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당시 전 대표는 "개인적인 세금 일정 때문이며 펀더멘털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은 냉담하다. '중대한 소식'을 예고하며 주주들을 안심시킨 직후 본인은 고점에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로 읽혔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블록딜 예고는 그 자체로 강력한 고점 신호로 작용해 31일 하한가 직행의 기폭제가 됐다. 
 
쟁점 ③: 증권사 애널리스트 고소 '초강수', 건전한 비판 봉쇄 논란
기업이 자사 분석 의견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라는 극단적 대응을 택한 점도 논란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분석 의견을 소송으로 억제하려 할 경우, 시장의 감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30일 공시된 미국 라이선스 계약서상 파트너사가 일정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한 조항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의 '실적 가시성 제한' 지적은 합리적 분석의 영역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적 개입을 언급하며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시장의 입을 막으려는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들어 해외 계약 기대감으로 주가가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20일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시장의 대장주로 등극했고, 이어 25일에는 주당 100원을 웃도는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폭등세는 30일 종가 118만4000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약 409.25%에 달하는 수익률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신화는 하루 만에 깨졌다. 31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만5000원(-29.98%) 폭락한 82만9000원으로 하한가 마감하며 황제주 자리를 반납했다. 이어 1일에도 10.25% 추가 하락한 74만4000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4위로 내려 앉았다.

시장 전문가는 "삼천당제약 사태는 코스닥시장의 정보 불투명성과 낮은 처벌 수위가 낳은 복합적인 결과물"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은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해 공시 위반 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온정주의' 처벌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정보 불투명성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제는 사후 규제를 정교화하고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