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이 막히는 순간, 세계 경제의 숨통이 함께 조여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한 달에 가까워지면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란이 중동 무역의 요충지를 사실상 인질로 삼으면서, 해협은 실제로 세계 경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우선 유가가 크게 흔들렸다. 브렌트유는 103.14달러를 넘어 112.19달러까지 치솟았고, 종전 협상 기대에도 다시 100달러선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1,517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 충격은 아직 물가에 본격적으로 전이되지 않았다. 전쟁의 영향은 언제나 후행적으로 반영된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유지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1년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다.성장 경로 자체가 아래로 이동하는 것이다.
금리 역시 반응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쟁 직전 3.041%에서 3.617%로 57bp 이상 상승했다.
이제 ‘3고’—고유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이 조합은 과거 오일쇼크에서 반복된 패턴이다.
비용 상승 → 물가 상승 → 금리 상승 → 성장 둔화. 그러나 이번은 더 복합적이다.
글로벌 LNG 공급의 약 20%가 걸린 카타르가 공급 차질을 겪으며 가격이 30% 급등했다.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 흐름 자체가 흔들리면서, 에너지는 더 이상 ‘가격 변수’가 아니라 ‘공급 변수’로 전환됐다.
비료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 세계 요소(urea) 공급의 약 50%가 걸프 지역에서 생산·수송되는데, 공급 차질은 곧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위기는 에너지에서 산업으로, 다시 식량으로 확산되는 다층 구조를 띤다. 그리고 그 부담은 아시아가 가장 크게 떠안고 있다.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결제는 달러로 이뤄진다.
전쟁 국면에서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결과는 단순하다.
에너지는 더 비싸지고, 통화는 더 약해진다. 이중 압박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유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유가 상승은 곧 전 산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재정과 통화 여력은 상당 부분 소진됐다.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내리면 물가가 상승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정책의 선택지가 사실상 봉쇄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도 바뀌고 있다. 탄소중립은 후퇴 압력을 받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화석연료 확보에 다시 나서고 있다.
석탄 재가동, LNG 확보 경쟁, 전략 비축 확대. 탄소 정책 역시 유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세계는 단순한 전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구조적 전환을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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