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日 외국인 정책 '지원'서 '통제'로 …'관리형 공생'의 명암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본의 외국인 정책이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본의 재류 외국인은 2025년 6월 말 현재 395만6619명으로 2004년 대비 약 2배 증가하였다. 2024년 외국인 입국자도 약 3678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양적인 증가와 더불어 외국인의 정주화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 거주자(영주자, 일본인의 배우자 등, 영주자의 배우자 등, 정주자, 특별영주자 포함)는 2012년 12월 말에 약 136만명(전체의 66.7%)에서 2025년 6월 말에는 약 164만명(41.3%)으로 약 28만명 증가하였다. 장기 거주자 중 영주자만을 대상으로 보면 이 기간에 62만명에서 93만명으로 약 31만명이나 증가하였다.

예비적인 장기 거주자도 증가하고 있다. 영주자가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재류자격은 많다. 기술적·전문적 분야에서 취업할 수 있는 각종 재류자격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재류자격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재류자격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2년 12월에 약 7만명에서 2025년 6월 말에는 46만명으로 거의 7배 증가하였다. 이 재류자격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영주권을 획득할 때 거쳐 가는 대표적 통로이다. 따라서 이 재류자격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본에 장기 거주할 예비적 외국인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위해 기능실습, 특정기능 등 중저 숙련 노동자의 입국 통로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통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원래는 단기 순환형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요구와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여 점차 정주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 통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2010년대 이후 급증하였고 2025년 6월 현재 기능실습은 약 45만명, 특정기능은 약 34만명 거주하고 있다. 특정기능 중에서도 거주기간에 제한이 없고 가족 동반이 가능한 특정기능 2호는 3073명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유학생에 대해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 향후 유학생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일본에 취업하고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외국인이 일본 국내에 취업하는 비율은 40% 전후이며 일본 정부는 50%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정주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일본에서는 점차 외국인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즉 일부 외국인의 위법행위나 규칙 이탈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공평 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국민감정의 변화가 표면상으로 표출된 것이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였다. 당시 외국인 규제를 강하게 요구하던 참정당이 약진하면서 기존 정치권에서도 외국인 문제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확인하였고 이를 반영한 외국인 정책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자민당은 총리 관저 주도의 범정부 사령탑을 가동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외국인의 수용·공생사회 실현에 관한 관계 각료회의'다. 이 각료회의는 총리의 지시에 따라 2025년 11월 4일에 설치되었고 2026년 1월 23일에 외국인 정책의 기본적 관점과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외국인의 수용·질서 있는 공생을 위한 종합적 대응책'을 발표하였다. 이 종합적 대응책은 일본의 외국인 정책 기조를 기존의 ‘공생’ 중심에서 ‘질서’ 중심으로 크게 전환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 종합적 대응책이 나오기 이전에는 이른바 ‘외국인재’라는 표현이 외국인 관련 각종 행정문서에 등장하였다. 외국인은 일본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인재’이며 이들이 일본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외국인 정책의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종합적 대응책에서는 ‘외국인재’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그냥 ‘외국인’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단어 선택의 변화가 일본의 외국인 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이제 일본에 있어서 외국인은 ‘인재’이기도 하지만 ‘질서’를 지켜야 하는 ‘관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과거 외국인은 ‘지원’ 대상이었지만 이제 외국인은 ‘지원’ 대상이면서 동시에 ‘통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전환은 종합적 대응책의 구체적인 정책들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정책으로는 행정 당국 간 정보 연계를 통한 외국인 관리 강화 정책이다.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출입국재류관리청(출입국 재류 관리), 후생노동성(외국인 노동자 관리), 문부과학성(외국인 교육 관리), 지방정부(외국인 생활 관리) 등 여러 기관에 권한과 기능이 분산되어 있고 관련 행정 정보 또한 통합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입국 심사나 재류자격 심사에서 타 행정기관의 정보, 예를 들면 외국인의 조세, 사회보험료, 범죄 이력 등 정보를 원활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고자 하고 있다. 이른바 ‘마이넘버’를 활용한 정보 연계를 통해 외국인 개인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통합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들 정보를 외국인 관련 행정조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벌써 내년 3월부터는 출입국재류관리청이 관계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정보, 지방세 과세 정보, 의료보험피보험자 등 자격정보를 제공받고, 반대로 출입국재류관리청은 관계기관에 국적, 재류자격 정보, 출입국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향후 장기적 검토 과제로서 지방세 납부 정보, 생활보호 등에 관한 정보도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외국인 정책 결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즉 외국인 개인을 식별하는 번호를 매개로 개인에 관한 각종 정보를 관계기관이 상호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심사, 재류자격심사, 영주권 및 귀화 심사 강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종합적 대응책은 외국인에 대한 관리와 통제 강화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시책을 그물망처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 대응책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수용 환경정비를 위한 정책의 책임이 최종적으로는 중앙정부에 있음을 선언하였다. “일본은 외국인이 일본어와 일본의 사회규범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칙을 언어화·가시화하고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 책임하에 지방정부와 연계하여 이러한 환경을 정비하도록 노력한다. 또한 수용기관이 해야 할 역할을 한층 명확히 하는 방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 대응책은 이렇게 선언하였다. 지금까지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가 담당해 왔고 중앙정부는 별로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나아가 기업과 학교 등 수용기관이 각 역할을 분담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369개에 달하는 구체적인 시책을 제시하였다. 각 시책은 관련된 행정기관의 이름, 1년 이내에 신속하게 실행할 시책, 중기적으로 실행할 시책을 세세히 제시함으로써 시책의 책임소재, 기한을 명확히 하였다. 참으로 깨알 같은 정책집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책집에는 우리가 참고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처럼 일본은 외국인 정책의 방향과 틀을 잡아가고 있다. 필자는 일본의 외국인 정책을 ‘관리형 공생모델’이라고 칭한다. 공생을 추구하되 철저히 관리된 공생을 원한다. 이 모델은 시민적 권리와 문화적 권리를 포용하는 모델도 아니며, 그렇다고 일본에 모든 것을 맞추라고 요구하는 동화주의적 모델도 아니다. 노동 이주자가 급증하는 동아시아에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외국인 사회통합모델의 하나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의 ‘관리형 공생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모델은 어설픈 포용주의를 용인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철저하게 일본의 사회규범과 제도에 통합할 것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말할 것 없고 수용기관까지 나서서 그 학습과 적응을 지원하겠다는 주의이다. 이러한 일본의 외국인 통합모델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이러한 이념에 따라 실제로 외국인 통합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까? 그리고 외국인 이주자들은 이러한 일본의 통합정책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정책실험이 이웃 나라에서 시작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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