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 공장 안전공업에서 큰 화재가 났다. 불은 오후 1시 17분께 1층에서 발생해 2~3층으로 퍼졌고, 10시간 이상이 지난 뒤에 불이 꺼졌다. 당시 170여명의 노동자 중 대다수 직원들은 빠르게 번진 불길로 2~3층에서 뛰어내려 대피했고, 대피하지 못한 직원들은 사망했다. 이번 화재로 14명의 사망자와 6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23일 유족 2명이 참관한 가운데 관계 기관 1차 합동감식을 벌였다. 같은 시각 경찰 등은 관계자 PC,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고, 늦은 저녁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입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는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와 유사점이 많다. 먼저 진화하기 어려운 화학물질 관리 문제가 있었다. 당시 아리셀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취급했는데, 한번 불이 붙으면 일반 소화기로 진압이 어려워 22시간 만에야 완진됐다. 이번 안전공업 화재도 물과 반응해 폭발하는 금수성 물질인 금속 나트륨으로 인해 진화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두 사건은 무단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아리셀은 생산 편의를 위해 벽을 임의로 해체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을 통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도 설계 도면에 없던 헬스장에서 14명의 사망자 중 9명이 확인되면서 무단 증축이 확인됐고, 이 때문에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견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에서도 일부 비슷하다. 아리셀 참사 이틀 전 선행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전지들을 발열 검사하거나 분리하지 않았고, 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보건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도 안전공업 노동조합은 산업안전보건회의 등을 통해 화재 위험 요소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후 최고 형량이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양형 이유에 대해 "리튬을 사용한 전지 폭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며 "이미 사건 화재 직전에는 선행 폭발 사고라는 중요한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생산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참혹한 결과를 부담하게 됐다고 했다.
또 "사망한 피해자들이 평소 제대로 된 리튬 폭발의 위험성 교육과 이로 인한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 사건 화재가 최초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에 출입문 또는 비상구를 향해 뛰쳐나가 생존했을 것"이라며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닌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예고된 인재'라고 언급했다.
이에 아리셀 대표이사에게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영 책임자에게는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이런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응당한 결과이고,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지난 아리셀 참사와 같이 이번 안전공업 화재에서 사용자 측이 예상할 수 있던 인재(人災)였는데도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면 중처법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아리셀 참사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화재는) 여러 가지 안전 보건상 미비한 부분이 쌓여 사고가 나는 것이다. (이번 화재 현장에) 절삭유가 곳곳에 묻어 있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또 직원 복지공간에 대한 대피 매뉴얼이 있었고, 이에 대한 교육이 됐다면 화제가 커졌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다"면서 중처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만큼의 구조적 개선점도 필요하다.
아리셀 사건을 담당했던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업 운영에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 온 힘을 쏟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비용을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하다가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유가족,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대전을 찾았는데, 김씨는 "우리나라의 안전 수준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아무리 강조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어느 한 변호사도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그런 사회인 것 같다"며 "처벌만큼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촘촘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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