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준비 안 된 재판소원 강행…보완책 서둘러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재판소원의 도입에 대해 많은 헌법학자들이 우려했던 것은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 때문이 아니라 재판소원의 안착을 위해 필요한 사전 준비의 부족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국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재판소원이 도입⋅시행되었고 시행 직후부터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사건의 폭증에 따른 문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 정리 문제, 법률 관계 미확정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 등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재판소원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었고 헌법학계에서 관련 논의가 적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도 이혼소송이 확정되지 않아 중혼이 될 수 있는 문제 등을 지적했는데 왜 이렇게 서둘러 통과시킨 것일까? 그것도 공포와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보완을 위한 시간적 여유도 전혀 없이. 

정부·여당이 압도적 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쫓기는 것일까? 아니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위해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재판소원을 도입한 결과 실패의 우려가 매우 커졌다는 점이고, 충분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소원 시행에 따른 혼란과 재판 지연, 법률 관계 미확정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제라도 재판소원의 실패를 막고 사전 준비의 미흡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그리고 이제 현실화되고 있는 역기능들에 대한 여러 대안들을 단기적인 것과 중장기적인 것으로 나누어서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실시하는 것뿐이다.

만일 이 상태로 방치하면 재판소원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실패, 나아가 이재명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특히 세 가지 문제는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상대적으로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 정립이다.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을 수 있게 되었으니 두 기관의 관계는 이미 새롭게 정립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4심제 논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권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경력, 권위, 전문성 등을 비교할 때 헌법재판관이 대법관보다 확실한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자칫 헌법재판관이 대법관의 판단을 뒤집는 것이 정당한지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고, 재판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헌법재판관의 선임 기준 등이 달라져야 할 것이지만 단기적 해결책으로는 헌법재판관 3분의 1 이상을 대법관 출신으로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건의 폭증과 그로 인한 재판 지연일 것이다. 독일의 재판소원 비율, 우리나라 상소율 등을 고려할 때 300~400% 정도 사건 수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건 수 폭증에 대한 대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모색될 수 있다. 하나는 재판소원의 대상을 제한함으로써 사건 수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재판소를 개편하여 업무 처리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모든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대신에 국가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특히 문제되는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을 재판소원의 대상으로 하되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소원은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소원의 유예를 장기화하게 되면 체계상 혼란과 재판소원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헌법재판소의 업무 처리능력을 향상시켜서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소원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전심사제 활성화에는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헌법소원심판에는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가 있고, 재판관 3인의 일치된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것인가?

헌법재판관 3인이 아닌 2인으로 지정재판부를 구성하게 되면 적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지나치게 손쉬운 각하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유사한 경향의 재판관 2인이 하게 되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재판관이 아닌 헌법연구관에게 그 판단을 맡길 것인가?

후자의 예로는 독일과 스페인 사례처럼 헌법재판소에 두 개의 전원재판부를 두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업무 처리능력이 두 배로 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에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재판소원이 문제되는 사건들을 보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재판소원의 폭증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 판결이 아니게 됨에 따라 법률 관계의 미확정 상태가 장기화되며 이를 오남용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아 관련하여 충분한 사전준비가 있었다면 상당한 정도로 역기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재판소원의 대상이 되는 판결을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의 판결로 한정하고 재판소원 시행 시기를 1년 후로 했더라면 상당히 많은 문제들이 걸러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제라도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유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안의 중요성에 걸맞은 신중함이 필요하며 이런 문제들을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국민의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론화 과정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정치권력이 직접 이해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러하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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