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견제와 균형의 무게추를 복원하려면…

사진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사진=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우리나라 정치계는 보수를 지향하는 산업화 세력과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화 세력이 상호 견제하며 급진적이고 무리한 정책을 자제해왔다. 산업화 세력 덕분에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반도체, 원전, 방산,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세계가 부러워하는 다양한 산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민주화 세력 덕분에 국민의 기본권이 신장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가 신속히 진압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양 세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민주당의 독주 하에 숙의를 거치지 않은 중대한 법률들이 제정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대재해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법들로 인해 향후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특히 최근 입법화된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법, 헌법소원법 등 사법 3법은 왜곡 기준의 모호성, 대법원의 정치적 편향 가능성 증대, 4심제 논란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법조계가 국민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는데 민주당과 정부는 속전속결로 입법화했다. 국민의 불편과 우려는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여당이 사법 3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한 법적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심을 산다. 사법 3법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주장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이번 사법 개편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이 약화되고 정치 권력의 사법 개입 가능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를 저지해야 될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수와 여론 지지에서 민주당에 크게 뒤떨어져 민주당의 일방 독주를 가능하게 한다. 정치의 균형추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일방이 무리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정 건전성의 하락, 포퓰리즘 정책의 선호, 기업 하기 어려운 제도 도입,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견제 기능을 해야 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의석 부족뿐만 아니라 전략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부정투표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대고 윤석열, 장동혁의 자책골로 정치적 균형이 무너지고 지방선거 이후에는 행정부, 국회, 지방정부 더 나아가 사법기관까지 민주당의 영향권 아래 놓일 가능성이 크다. 그 근저에는 선거부정론과 같은 음모론을 퍼뜨려 구독자 수 장사를 하는 유튜브 정치 장사꾼들이 있다.

반도체, 조선, 방산,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K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계엄과 탄핵 이후 산업화 세력을 대변하는 야당의 몰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화 세력의 쇠퇴는 중남미 몇 국가처럼 나라를 뒷걸음질치게 할 수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 문화’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당파의 이익보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K 정치’는 불가능한 것일까? 정치의 균형추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라가 일당(一黨)이 지배하는 독주 가능성마저 생긴다. 국민의힘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부정투표 음모론에서 빠져나와 나라의 앞날을 위해 집안싸움을 멈추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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