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중동 전쟁 충격…주가·환율·금리 흔들리는 한국 금융시장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의 파장이 다시 한국 금융시장을 세게 흔들고 있다. 지정학적 충격은 언제나 금융시장에 불안을 가져오지만, 이번에도 한국 시장의 변동성은 유독 크게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한국 시장은 더 크게 흔들렸고, 환율 역시 빠르게 치솟았다.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중동 긴장 확산 우려가 커진 최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 넘게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 역시 하락했지만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달러와 미국 자산은 오히려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신흥시장 범주에 속하는 위험자산 시장으로 분류된다.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질수록 외국인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환율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와 함께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서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화가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외환시장 구조와 자본 흐름의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원화는 위험자산 통화처럼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금리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동 지역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이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큰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금리 상승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이번 전쟁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충격 등 위기 국면마다 한국 시장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주식시장 구조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가 곧바로 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다. 한국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원화는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요 기축 통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달러로 몰리는 동안 원화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구조 역시 취약 요인이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한국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다. 국제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와 환율, 물가를 동시에 압박하며 금융시장 불안을 키운다.

결국 이번 변동성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라기보다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약점을 다시 드러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외부 충격이 반복되는 시대에 금융시장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장기 투자 자금을 확대하고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해 외국인 자금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 시장이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형성해야 글로벌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외환시장 안정 장치 역시 강화해야 한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외환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원화 자산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원화 시장의 깊이를 키우는 노력은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다.

에너지 구조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반복될 때마다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금융 안정 정책의 성격도 갖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동 전쟁의 향방 역시 금융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현재 상황은 단기간에 끝날 국지적 충돌이라기보다 장기적인 긴장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갈등이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점점 더 불확실성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과 금융 변동성은 이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버티기 위해서는 외부 충격 자체보다 그 충격을 견디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은 먼 지역의 분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연결된 세계에서 그 충격은 곧바로 한국 시장으로 전해진다. 이번 변동성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과제를 다시 돌아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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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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