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주주 간접손해와 법 왜곡죄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한 코스닥 상장회사가 있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자산, 주식 가격 등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만한 요인은 없었다. 성장성 있는 건실한 회사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임원들이 회사 재산을 횡령하고 배임행위를 하였다. 외부감사인은 감사 과정에서 해당 거래에 의문을 갖고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료를 제출할 경우 위법행위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외부감사인에게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인은 감사의견을 거절하게 된다.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판단할 자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상장폐지가 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지만 위 회사 임원들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감추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상장폐지를 무릅쓰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건실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상장폐지 되었다.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회사와 대주주, 임원들이 입는 손해는 없거나 미미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은 감사범위 제한에 의한 의견 거절 등 감사인 의견 미달을 회사의 재산상태와 관계 없이 상장폐지 할 수 있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로 삼고 있다. 그래서, 회사의 재산 감소와 관계 없이 회사가 외부감사인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그 사유만으로 상장폐지가 되었다. 정리매매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상장회사로서의 주식 유통성이 없어지게 되므로 그 소액주주들은 손실보전을 위하여 정리매매기간에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위 회사와 임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선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는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주가 하락 손해가 결국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생긴 간접적인 손해에 불과하여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임원이 회사에 배상을 하면 회사 재산이 늘어나서 다시 주식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 그 논리적 근거다. 그럼 회사에 대해서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법원은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 법리를 확장해서 회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들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원은 상장폐지 과정에서 주식을 매도하여 발생한 손해를 간접손해라는 이유로 배상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상장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주주의 손해 중에는 회사의 손해와 중복되지 않는 부분, 즉 회사에 배상을 하더라도 주주에게 여전히 남게 되는 손해가 있다. 회사의 재산 감소를 거치지 않으므로 간접적이지 않은, 직접적인 주주의 주가 하락 손해도 ‘간접손해’라는 이유로 배상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식을 매도하면 이후로는 회사 주주의 지위를 전제로 한 회사 자산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 이미 주식을 매도하였으므로 회사가 임원들로부터 배상을 받음으로써 그 손해를 간접적으로 전보 받을 수도 없다. 주주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대표소송을 통해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 소액주주들은 위법한 행위로 인해서 손해를 입은 것이 명백하지만 현재 법원 판결들에 의하면 임원에 대해서도, 회사에 대해서도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2024 사업연도 기준 57개 회사가 감사의견 미달로 인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었다. 상장회사들에 대한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회사 재산 감소와 관계 없이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상장폐지 되는 회사들이 올해도 무수히 나올 것이다.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그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중에는 위법하게 발생한 손해임이 분명한 경우도 있을 테지만 법원은 이를 손해배상 대상으로 보지 않으므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회복할 길은 없다.

지난달 26일 이른바 ‘법왜곡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판사·검사와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형사 사건에서 법률 적용을 왜곡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다. 위 개정안을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지지했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법률가들의 행위가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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